커지는 '어게인 2008' 공포…"퍼펙트 스톰 대비하라"
“JP모건체이스와 핌코 등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또 다른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대비해 휴가계획을 취소하고 대기하라고 했다.”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에는 트위터를 타고 이 같은 루머가 나돌았다. 루머 때문에 뉴욕 주식시장의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루머가 확산되자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회사 핌코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해프닝에 그쳤지만 이는 월스트리트에 팽배한 위기감을 보여준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경제대국들의 동시다발 위기를 빗댄 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퍼펙트 스톰이 온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뒤 다시 침체), 중국 경착륙이라는 삼각 파도가 몰려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란 경고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일부 유럽 은행들이 파산해 금융위기를 초래할 경우 파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은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되면서 세계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인구의 고령화,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 유럽 재정위기를 악재로 꼽았다. 잡지는 “선진국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생산인구 감소와 연금 부담을 동시에 겪는 구조적인 문제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이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초점을 옮기는 과정에서 수요 공백기를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가 활성화되기 전에 수출시장이 위축돼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 경제도 비관론 고개 들어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위기가 심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평가받았던 미국 경제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

미국 상무부는 4월 수출이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수출이 줄어든 것은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미국 달러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4월 미국의 대(對)유럽 수출은 전년 대비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5.3%)에 비해 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22.4%에서 4.3%로 하락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