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재산 빼돌리기, 4년 새 16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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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작년 2737억 적발…외환사범 단속액 1조원 늘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불법 외환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설립, 수출입을 위장한 자금세탁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2007년 166억원에 불과했던 불법 해외 재산도피 금액(관세청 단속실적 기준)은 2009년 366억원, 2010년 1528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37억원에 달했다. 불과 4년 만에 16배로 늘어난 것이다.
자금 세탁도 2007년 82억원에서 지난해 1214억원으로 14배나 증가했다. 무역거래와 관련해 불법 외환거래를 한 외환사범 단속 액수도 2007년 2조3625억원에서 지난해 3조4160억원으로 1조원 넘게 급증했다.
○불법 외환거래 3조8111억원 단속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불법 외환거래의 특징은 합법적인 무역거래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크게 늘면서 무역규모가 커진 데다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도 거의 사라졌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물품 가격을 조금만 조작해도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거나 비자금 등을 조성하기 쉬워졌다”며 “불법거래 건수보다 금액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재산도피 실적은 건수로는 10여건에서 20여건 안팎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금액은 166억원에서 2737억원으로 16배 증가했다. 자금세탁 단속 실적은 2007년 5건 82억원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63건 12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불법외환거래 단속 실적도 3조8111억원으로 2007년의 2조3873억원에 비해 59.6% 증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재산도피와 자금세탁은 대표이사의 횡령, 사기, 주가조작 등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
○사전모니터링시스템 등 대응책 마련
불법외환거래의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는 지난해 9월 적발된 네오세미테크사다. 태양광 발전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홍콩에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와 일명 ‘뺑뺑이 무역’으로 불리는 반복 거래수법으로 매출을 과대 포장해 주가를 조작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다 작년 9월 세관에 적발됐다. 이 회사는 조사과정에서 위장 수출입거래 외에 분식회계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 주가가 폭락하고 상장 폐지돼 70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봤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외환우범기업 사전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무역 관련 외환자료에 이상 징후가 있는 업체를 전산에서 자동으로 추출하는 감시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또 수출입 및 외환거래, 주가정보 등 업체의 각종 정보를 종합해 외환거래 관련 범죄의 가능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분석 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역거래가 증가하면서 위장수출입이나 수출입가격 조작 등을 통한 재산도피나 자금세탁 시도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이근후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사후 대응보다는 범죄패턴 및 위험요소를 모델화해 외환우범기업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