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계가 이달 유럽으로 집결한다.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가 16일 개막되고,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19, 20, 26, 27일·현지시간)와 크리스티(20, 21, 27, 28일)의 여름 세일 경매가 런던에서 잇달아 열린다. 세계적 권위의 독일 현대미술축제 ‘카셀 도큐멘타’는 지난 9일부터 100일 동안 카셀의 프리데리치아눔을 비롯해 카를사우어 공원 일대, 글로리아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중동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어서 아트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1조원대 경매시장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이달 런던에서 유럽 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 경매를 열고 근·현대 및 인상파 작가들의 수작 1300여점(추정가 1조원)을 선보인다. 소더비는 수억~수백억원대의 인상파 및 근·현대 미술품 617점(추정가 4230억~6000억원)을 나흘간에 걸쳐 경매한다. 인상파와 근대 화가들의 대작 위주로 진행하는 19일 이브닝 세일에는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모딜리아니 등 거장들의 작품 48점이 출품된다. 또 25일과 27일 전후 현대미술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 300여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가장 비싼 작품은 후안 미로의 추상화 ‘그림’. 예상 가격이 260억~370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런던 경매에서 세운 미로의 경매 최고가(300억원) 기록이 깨질지 주목된다.

크리스티는 여름 경매에 르누아르, 피카소, 샤갈 등의 작품 730여점을 내놓는다. 소더비 경매에도 수작들이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22일 이브닝 세일에는 전략 상품으로 르누아르의 대표작 ‘목욕하는 여인’을 추정가 217억~325억원에 출품한다. 크리스티 측은 르누아르의 대표작인 만큼 추정가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 명품 잔치’ 아트 바젤

세계 최대 글로벌 미술장터인 제43회 바젤 아트페어는 13~17일 스위스 바젤 시내 ‘메세 바젤’에서 열린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메이저 화랑 300여곳이 참가해 국제성을 인정받는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제니 홀처, 에바 헤세, 빌 비올라, 칸디다 호퍼, 안젤름 라일, 세시리 브라운, 조안 미첼, 에드 루샤, 줄리안 오피,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리처드 롱, 아이 웨이웨이,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2000여명의 작품 30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가고시안 갤러리, 쉐임 앤 리드, 하우저 앤 워스, 화이트 큐브, 더 페이스 갤러리, 리송갤러리, 마리안 굿맨 갤러리 등 세계적인 화랑들이 총출동한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한다. 국제는 이기봉, 양혜규, 빌 비올라, 칸디다 회퍼, 안젤름 라일리, 가다 아메르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 3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바젤아트페어 측은 “올해는 기업인과 아트 컬렉터,아트 딜러, 작가, 미술품 애호가 등 6만~7만명이 다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

독일 중북부의 도시 카셀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인 ‘카셀 도큐멘타’가 지난 9일 개막됐다. 1955년에 처음 열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한국 미국 영국 등 55개국 작가 150여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한국 작가로는 설치 영상작가 전준호와 문경원, 양혜규 씨가 참여해 한국 현대미술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43세 동갑내기인 문씨와 전씨의 영상작품 ‘엘 핀 델 문도’(El Fin Del Mundo·세상의 저편)’에는 영화배우 임수정과 이정재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작가 양혜규 씨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 작품 ‘진입: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를 출품해 세계적인 작가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씨는 지난 8일(한국시간) 밤 카셀 주립극장에 오프닝 행사에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단편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모노드라마로 재구성해 무대에 올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캐롤린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 총감독 (55)은 “이번 행사는 미술인들은 물론 인류·고고·미술사학자, 아티스트, 생물학자, 안무가, 비평가, 문화이론가, 큐레이터, 댄서, 경제학자, 편집자, 엔지니어를 비롯해 여성 영화, 철학, 정치 등 각 분야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9월16일까지 이어진다.

○왜 유럽인가

영국과 프랑스의 국제 미술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를 넘어 미국(25%)을 추월했다. 유럽이 아트마켓의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는 것은 무엇보다 고가 미술품을 사들일 수 있는 러시아 중동 중국계 거부 등 굵직한 컬렉터들이 런던 베를린 파리 등에 포진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아트 바젤 등 매머드급 이벤트와 경매 행사가 동시에 곁들여지며 인상파와 근·현대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읽기 쉽고 괜찮은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럽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