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Investing] 박수근·이중섭·천경자 등 '블루칩' 작품 쏟아져…'월척'낚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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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K옥션 경매 지상 중계
국내 미술시장에도 봄날이 올까. 지난달 뉴욕 미술품 경매시장에 1조40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린 가운데 국내시장의 하반기 방향타 역할을 하는 메이저 경매가 잇따라 열린다. K옥션(20일), 서울옥션(27일)의 여름 경매에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고서화 등 360점(추정가 총액 165억원)이 출품된다. 서울옥션은 국내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품, K옥션은 해외 미술품과 조각품에 초점을 맞췄다.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서핑하고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울옥션의 전략 상품
서울옥션이 오는 27일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실시하는 124회 경매에는 이우환을 비롯해 천경자, 백남준, 알렉산더 칼더, 탐 웨슬만, 겸재 정선, 청전 이상범 등 국내외 화가 100여명의 작품 120여점과 기업 소장품 60점 등 모두 180점이 나온다.
서울옥션의 최고가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1982년작 ‘부케’(81×65㎝)로 추정가 18억~20억원에 새주인을 찾는다. 샤갈의 핵심 주제인 ‘사랑’이 잘 드러나는 이 작품은 화려한 꽃과 여인, 도시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마티에르가 없는 화면의 배경에는 파란색 선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서울옥션은 근·현대 ‘블루칩’ 작가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 화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추상화가 이우환 씨의 회화와 설치 작품 등 4점을 내놓는다. 1970년대 ‘선으로부터’ 시리즈를 비롯해 ‘점으로부터’ ‘바람’ ‘조응’ 시리즈 등 회화 작품은 물론 설치 작품 ‘관계항’까지 총망라됐다. 추정가 1억5000만~2억원에 나오는 ‘관계항’은 돌과 철판을 한자리에 모은 작품이다. 사물 자체는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 작가 박수근의 1960년대 작 ‘줄넘기 하는 아이들’도 나온다. 세로 41.3㎝, 가로 31.8㎝ 크기의 이 작품은 소년들이 둥글게 모여 공놀이하는 모습과 줄넘기를 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향토적 색감으로 묘사했다. 안정된 구도와 작가 고유의 향토적인 재질감은 박 화백의 화법을 잘 보여준다. 이 밖에 이대원의 ‘담’, 천경자의 ‘여인’, 장욱진의 ‘풍경’ 등 근대 화가들의 수작들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출품된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알렉산더 칼더의 1976년 작 소형 조각 ‘사자’(44.5×66×63.5㎝)가 경매에 부쳐진다. 주황색 스태빌로 제작된 이 작품은 얇은 철판으로 사자의 형태를 생동감있게 조형화했다. 이 작품은 2007년 5월 크리스티 뉴욕 현대미술 경매에서 48만달러(5억6500만원)에 낙찰된 기록을 갖고 있다.
고미술 분야에서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가 추정가 2억~3억원의 나온다. 1960년대 부산항의 근대화 과정을 그린 소정 변관식의 ‘부항춘일’, 조선시대 백자 ‘청화백자수복강녕문호’도 고가에 경매된다.
안창홍 씨의 ‘생체적인 얼굴’, 임충섭 씨의 풍경화 등 기업소장품 경매 60점 가운데 30여점은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역경매는 일반경매와는 달리 호가를 점점 낮게 제시하면서, 경쟁적인 응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경매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옥션 측은 “최근 기업들이 미술품 소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기존 미술품을 팔고 새로운 작품을 사고자 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기업 소장품 경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K옥션의 전략 상품
K옥션은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 이중섭을 비롯해 감환기 장욱진 유영국 이우환 등 거장들의 수작 200여점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검증된 작가들인 만큼 미술 경기 회복 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하이라이트 작품은 국제 경매시장의 블루칩 작가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1년 작 ‘추상화’(65.4×80㎝). 추정가 11억~15억원에 나온 이 작품은 독일 유명화랑에서 전시된 것으로 리히터의 카탈로그에 수록됐다. 투명한 색의 층 위에서 노랑, 빨강, 초록색이 폭발하듯 서로 어우러지며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추상화에서 우리는 시각화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한다’는 리히터의 추상 조형론이 응축된 작품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황제주’ 김환기의 1964~1965년 작 서정적 추상화 ‘무제’(171×130㎝)도 추정가 9억~15억원에 나온다. 김 화백이 뉴욕에서 활동할 때 그린 것으로 두꺼운 마티에르가 사라지고, 엷게 칠한 청색조의 투명함이 돋보인 게 특징이다. 커다란 곡면은 산을 연상시키고, 푸른 화면은 밤하늘이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중섭 화백이 1954년께 제작한 종이 유화 ‘까치가 있는 풍경’(41.7×29.1㎝)도 경매에 부쳐진다. 한국전쟁이 끝나갈 즈음인 1953년 일본에서 돌아와 통영에 거주할 때 그곳 앞바다와 해변의 풍경을 감칠맛 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향 원산에 돌아오기라도 한 듯 안온함이 엿보인다. 추정가 3억8000만~7억원.
색면 추상화가 유영국 화백의 1981년 작 30호 크기 유화 ‘워크’(72.7×90.9㎝)도 추정가 1억6000만~2억5000만원에 새주인을 찾는다. 우리 고유의 넉넉한 산들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선 면 색채의 조화를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산에 투영했다. 화면에서 배어 나오는 듯한 광휘에 찬 색채가 체온을 뜨겁게 감돌게 한다.
이우환 화백의 1984년 설치 작품 ‘관계항(50×250×120㎝)도 추정가 1억5000만~2억원에 경매된다. 이씨는 1972년부터 모든 입체 작업에 ‘관계항’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산업재료인 철판과 자연의 상징인 돌을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 놓아 자연과 인간, 자아와 타자를 연결짓는 매개로서 서로에게 관계를 맺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미술 분야 전약 상품으로는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산수문연적(白磁靑畵山水文硯滴· 13.5×8㎝)이 추정가 1억~1억5000만원에 내놓는다. 윗면은 편평하고 측면을 팔각 형태로 원형의 굽다리를 둔 연적이다. 측면 상단부에 다람쥐 모양의 주구(注口)가 붙어 있다. 마치 연적의 기벽을 타고 오르는 듯 섬세하게 조형화한 게 흥미롭다. 윗면에는 담청의 청화안료로 가장자리에 팔각형의 구획선을 두르고 그 내부에 산수문을 그려 넣었다. 산수화의 근경에는 절벽위로 높게 솟은 누각과 그 아래 정박하고 있는 여러 척의 배를 그려 넣고, 먼 바다에는 작은 섬과 달을 표현했다. 당시 백자의 문양으로 유행했던 소상팔경도 가운데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옥션의 전략 상품
서울옥션이 오는 27일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실시하는 124회 경매에는 이우환을 비롯해 천경자, 백남준, 알렉산더 칼더, 탐 웨슬만, 겸재 정선, 청전 이상범 등 국내외 화가 100여명의 작품 120여점과 기업 소장품 60점 등 모두 180점이 나온다.
서울옥션의 최고가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1982년작 ‘부케’(81×65㎝)로 추정가 18억~20억원에 새주인을 찾는다. 샤갈의 핵심 주제인 ‘사랑’이 잘 드러나는 이 작품은 화려한 꽃과 여인, 도시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마티에르가 없는 화면의 배경에는 파란색 선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서울옥션은 근·현대 ‘블루칩’ 작가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 화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추상화가 이우환 씨의 회화와 설치 작품 등 4점을 내놓는다. 1970년대 ‘선으로부터’ 시리즈를 비롯해 ‘점으로부터’ ‘바람’ ‘조응’ 시리즈 등 회화 작품은 물론 설치 작품 ‘관계항’까지 총망라됐다. 추정가 1억5000만~2억원에 나오는 ‘관계항’은 돌과 철판을 한자리에 모은 작품이다. 사물 자체는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 작가 박수근의 1960년대 작 ‘줄넘기 하는 아이들’도 나온다. 세로 41.3㎝, 가로 31.8㎝ 크기의 이 작품은 소년들이 둥글게 모여 공놀이하는 모습과 줄넘기를 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향토적 색감으로 묘사했다. 안정된 구도와 작가 고유의 향토적인 재질감은 박 화백의 화법을 잘 보여준다. 이 밖에 이대원의 ‘담’, 천경자의 ‘여인’, 장욱진의 ‘풍경’ 등 근대 화가들의 수작들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출품된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알렉산더 칼더의 1976년 작 소형 조각 ‘사자’(44.5×66×63.5㎝)가 경매에 부쳐진다. 주황색 스태빌로 제작된 이 작품은 얇은 철판으로 사자의 형태를 생동감있게 조형화했다. 이 작품은 2007년 5월 크리스티 뉴욕 현대미술 경매에서 48만달러(5억6500만원)에 낙찰된 기록을 갖고 있다.
고미술 분야에서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가 추정가 2억~3억원의 나온다. 1960년대 부산항의 근대화 과정을 그린 소정 변관식의 ‘부항춘일’, 조선시대 백자 ‘청화백자수복강녕문호’도 고가에 경매된다.
안창홍 씨의 ‘생체적인 얼굴’, 임충섭 씨의 풍경화 등 기업소장품 경매 60점 가운데 30여점은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역경매는 일반경매와는 달리 호가를 점점 낮게 제시하면서, 경쟁적인 응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경매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옥션 측은 “최근 기업들이 미술품 소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기존 미술품을 팔고 새로운 작품을 사고자 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기업 소장품 경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K옥션의 전략 상품
K옥션은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 이중섭을 비롯해 감환기 장욱진 유영국 이우환 등 거장들의 수작 200여점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검증된 작가들인 만큼 미술 경기 회복 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하이라이트 작품은 국제 경매시장의 블루칩 작가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1년 작 ‘추상화’(65.4×80㎝). 추정가 11억~15억원에 나온 이 작품은 독일 유명화랑에서 전시된 것으로 리히터의 카탈로그에 수록됐다. 투명한 색의 층 위에서 노랑, 빨강, 초록색이 폭발하듯 서로 어우러지며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추상화에서 우리는 시각화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한다’는 리히터의 추상 조형론이 응축된 작품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황제주’ 김환기의 1964~1965년 작 서정적 추상화 ‘무제’(171×130㎝)도 추정가 9억~15억원에 나온다. 김 화백이 뉴욕에서 활동할 때 그린 것으로 두꺼운 마티에르가 사라지고, 엷게 칠한 청색조의 투명함이 돋보인 게 특징이다. 커다란 곡면은 산을 연상시키고, 푸른 화면은 밤하늘이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중섭 화백이 1954년께 제작한 종이 유화 ‘까치가 있는 풍경’(41.7×29.1㎝)도 경매에 부쳐진다. 한국전쟁이 끝나갈 즈음인 1953년 일본에서 돌아와 통영에 거주할 때 그곳 앞바다와 해변의 풍경을 감칠맛 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향 원산에 돌아오기라도 한 듯 안온함이 엿보인다. 추정가 3억8000만~7억원.
색면 추상화가 유영국 화백의 1981년 작 30호 크기 유화 ‘워크’(72.7×90.9㎝)도 추정가 1억6000만~2억5000만원에 새주인을 찾는다. 우리 고유의 넉넉한 산들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선 면 색채의 조화를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산에 투영했다. 화면에서 배어 나오는 듯한 광휘에 찬 색채가 체온을 뜨겁게 감돌게 한다.
이우환 화백의 1984년 설치 작품 ‘관계항(50×250×120㎝)도 추정가 1억5000만~2억원에 경매된다. 이씨는 1972년부터 모든 입체 작업에 ‘관계항’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산업재료인 철판과 자연의 상징인 돌을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 놓아 자연과 인간, 자아와 타자를 연결짓는 매개로서 서로에게 관계를 맺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미술 분야 전약 상품으로는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산수문연적(白磁靑畵山水文硯滴· 13.5×8㎝)이 추정가 1억~1억5000만원에 내놓는다. 윗면은 편평하고 측면을 팔각 형태로 원형의 굽다리를 둔 연적이다. 측면 상단부에 다람쥐 모양의 주구(注口)가 붙어 있다. 마치 연적의 기벽을 타고 오르는 듯 섬세하게 조형화한 게 흥미롭다. 윗면에는 담청의 청화안료로 가장자리에 팔각형의 구획선을 두르고 그 내부에 산수문을 그려 넣었다. 산수화의 근경에는 절벽위로 높게 솟은 누각과 그 아래 정박하고 있는 여러 척의 배를 그려 넣고, 먼 바다에는 작은 섬과 달을 표현했다. 당시 백자의 문양으로 유행했던 소상팔경도 가운데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