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상가 임차인 "못 나가, 배째라"…회장님 밤잠 안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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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보유할 때 세입자 버티기에 '골머리'
'제소전 화해' 이용하면 1~2년 끄는 소송 없이 해결…수수료 20만원까지 하락
임대계약 때 업종 선별을…전문자산관리업체 활용
'제소전 화해' 이용하면 1~2년 끄는 소송 없이 해결…수수료 20만원까지 하락
임대계약 때 업종 선별을…전문자산관리업체 활용
고액 자산가인 김모씨(56)는 요즘 세입자를 내보내는 문제로 밤잠을 설친다. 빌딩 1층에서 7년째 음식점을 해온 세입자가 속을 썩이고 있어서다.
10년 넘게 보유했던 서울 서초동의 5층짜리 빌딩(연면적 550㎡)을 매각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사옥으로 쓰기 위해 43억원에 빌딩을 사들인 중소기업에서 내건 매매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 불찰이었다. 매수자인 중소기업은 시설비 등 많은 투자를 한 음식점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세입자 명도를 매도자 김씨가 책임지는 매매계약 조건을 내걸었던 것. 매각이 급했던 김씨도 어쩔 수 없이 세입자 명도를 책임지기로 했다. 약속기간 내에 세입자 명도를 못하면 월 1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지급하는 내용에도 서명했다. 빌딩주의 다급한 사정을 눈치 챈 음식점 주인은 수억원의 이사비와 보증금을 요구하며 나가기를 거부하고 있어 김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세입자 명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강남부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틸 경우 명도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실제 명도에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주인에게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많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가 우위에 있다보니 세입자 명도를 매도자가 책임지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제소전 화해를 아시나요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소전 화해(提訴前 和解)’라는 제도가 있다. 말 그대로 소송을 하기 전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화해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월세가 연체되는 등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명도해주기로 미리 판사 앞에서 약속(화해)을 하는 방식이다.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송이 필요 없다.
흔히 명도 소송의 경우 1심에서만 6개월이 걸린다. 세입자들이 “건물에 물이 새 영업에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경우 2~3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제소전 화해는 이 같은 시간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제소전 화해는 곧바로 법원 집달관의 집행이 가능해 한 달 정도면 명도가 가능해서다. 제소전 화해는 고가의 빌딩뿐만 아니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택도 가능하다. 월세 납부를 미루면서 집도 비워주지 않는 악덕 세입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제소전 화해 접수 건수는 2009년 1만895건에서 2010년 1만993건, 2011년 1만1422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체 접수 건수의 40%가 강남권역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몰려 있다”며 “고가의 빌딩이 몰려 있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규모가 있는 임대차 계약일수록 제소전 화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절차 및 비용부담 적어
제소전 화해는 준비서류가 간단해 필요한 서식만 참고하면 나홀로 신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변호사 업계의 경쟁으로 수수료도 크게 낮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 중 한 쪽 당사자 기준으로 100만원을 넘었으나, 최근엔 5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송가액을 불문하고 보수를 20만원으로 낮춰 제소전 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에 따른 제소전 화해는 임대차 계약내용을 법적으로 정리하는 정도의 간단한 절차”라면서 “문서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해 계약서를 워드파일로 만드는 등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건당 20만원에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소전 화해가 임대차 계약 시 필수 조건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한국도 이용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버티기를 하는 등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며 “제소전 화해가 보편화되면 불필요한 명도소송도 대폭 줄어들어 부동산 거래 계약문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관리 중요해
전문가들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위험 업종을 선별해서 입점시키는 등 세입자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창업하는 식당이나 유흥주점, 노래방 PC방 등은 추후 건물 매도 시 명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임대보증금으로 임대료의 10개월치를 내지만 관리비와 부가세 등을 감안하면 7개월치에 불과해 건물주는 명도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손해가 발생한다. 반면 사무용 오피스나 유명 브랜드 의류 상가,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세입자로 꼽힌다.
건물주가 직접 명도 해결에 나서면 세입자 측에서 권리금과 보상금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아 건물 매입 직후부터 전문 자산관리업체에 의뢰해 세입자 관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의 김용남 사장은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나갈 때 내부를 원상복구하고 나가야 하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사례는 드물다”며 “관리 노하우가 있는 자산관리업체가 있어야 명도 문제는 물론 빌딩 가치가 상승해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10년 넘게 보유했던 서울 서초동의 5층짜리 빌딩(연면적 550㎡)을 매각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사옥으로 쓰기 위해 43억원에 빌딩을 사들인 중소기업에서 내건 매매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 불찰이었다. 매수자인 중소기업은 시설비 등 많은 투자를 한 음식점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세입자 명도를 매도자 김씨가 책임지는 매매계약 조건을 내걸었던 것. 매각이 급했던 김씨도 어쩔 수 없이 세입자 명도를 책임지기로 했다. 약속기간 내에 세입자 명도를 못하면 월 1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지급하는 내용에도 서명했다. 빌딩주의 다급한 사정을 눈치 챈 음식점 주인은 수억원의 이사비와 보증금을 요구하며 나가기를 거부하고 있어 김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세입자 명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강남부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틸 경우 명도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실제 명도에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주인에게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는 세입자도 많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가 우위에 있다보니 세입자 명도를 매도자가 책임지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제소전 화해를 아시나요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소전 화해(提訴前 和解)’라는 제도가 있다. 말 그대로 소송을 하기 전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화해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월세가 연체되는 등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명도해주기로 미리 판사 앞에서 약속(화해)을 하는 방식이다.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송이 필요 없다.
흔히 명도 소송의 경우 1심에서만 6개월이 걸린다. 세입자들이 “건물에 물이 새 영업에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경우 2~3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제소전 화해는 이 같은 시간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제소전 화해는 곧바로 법원 집달관의 집행이 가능해 한 달 정도면 명도가 가능해서다. 제소전 화해는 고가의 빌딩뿐만 아니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택도 가능하다. 월세 납부를 미루면서 집도 비워주지 않는 악덕 세입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제소전 화해 접수 건수는 2009년 1만895건에서 2010년 1만993건, 2011년 1만1422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체 접수 건수의 40%가 강남권역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몰려 있다”며 “고가의 빌딩이 몰려 있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규모가 있는 임대차 계약일수록 제소전 화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절차 및 비용부담 적어
제소전 화해는 준비서류가 간단해 필요한 서식만 참고하면 나홀로 신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변호사 업계의 경쟁으로 수수료도 크게 낮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 중 한 쪽 당사자 기준으로 100만원을 넘었으나, 최근엔 5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송가액을 불문하고 보수를 20만원으로 낮춰 제소전 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에 따른 제소전 화해는 임대차 계약내용을 법적으로 정리하는 정도의 간단한 절차”라면서 “문서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해 계약서를 워드파일로 만드는 등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건당 20만원에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소전 화해가 임대차 계약 시 필수 조건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한국도 이용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버티기를 하는 등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며 “제소전 화해가 보편화되면 불필요한 명도소송도 대폭 줄어들어 부동산 거래 계약문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관리 중요해
전문가들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위험 업종을 선별해서 입점시키는 등 세입자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창업하는 식당이나 유흥주점, 노래방 PC방 등은 추후 건물 매도 시 명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임대보증금으로 임대료의 10개월치를 내지만 관리비와 부가세 등을 감안하면 7개월치에 불과해 건물주는 명도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손해가 발생한다. 반면 사무용 오피스나 유명 브랜드 의류 상가,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세입자로 꼽힌다.
건물주가 직접 명도 해결에 나서면 세입자 측에서 권리금과 보상금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아 건물 매입 직후부터 전문 자산관리업체에 의뢰해 세입자 관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의 김용남 사장은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나갈 때 내부를 원상복구하고 나가야 하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사례는 드물다”며 “관리 노하우가 있는 자산관리업체가 있어야 명도 문제는 물론 빌딩 가치가 상승해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