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드는 '하우스 푸어'…아파트경매 '홍수'
주부 이모씨(44)는 2006년 경기 성남시 이매동 전용면적 95㎡(38평형) 아파트를 금융권 대출 2억2000만원을 포함해 5억5000만원에 샀다. 2007년 시세는 7억6000만원을 웃돌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작년 하반기 남편의 실직까지 겹쳐 이자를 내지 못하자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지난달 실시된 경매에서 그의 집은 4억5000만원에 팔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수도권에서 집을 경매당하는 ‘하우스 푸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8일 법원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모두 2842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02건)보다 29% 늘어난 수준이다. 1월 2406건이던 아파트 경매 건수는 2월 2455건, 3월 2750건 등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경매물건 수도 올 들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경매 전문가들은 2006~2007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3~5년 거치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 하우스 푸어들이 원금 상환 시기가 돌아오면서 채무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기도 43개 행정구역 중 33개 지역에서 아파트 경매 물건이 증가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30~40대 주택 수요층의 구매력 감소, 집값 하락과 거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경매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 경매 청구액도 최고치를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청구액은 202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도 비슷한 수준(1972억원)을 유지했다.

경매 전문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경매 청구에서 진행까지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며 “하반기에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