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부의 재분배가 해법..中 과감한 투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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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자산운용 김학주 > 성장을 한다, 긴축을 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출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소화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신력 있는 기관, 유럽중앙은행 같은 곳에서 돈을 찍어 그 부실국채를 사 주는 것이다.
그동안 그런 구실을 만드는 단계였다면 드라기 총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은 유로본드를 찍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준비는 되어 있다, 그리고 독일도 그것에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시장은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독일도 EU를 깨뜨릴 수는 없다.
그만큼 분데스방크를 비롯 독일의 은행들이 유럽의 부실국채를 많이 갖고 있다. 같이 물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유로가 깨져 마르크화를 갖게 되면 마르크화는 급격하게 절상될 테니 독일의 수출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동안은 서로 얼마큼 양보할 것이냐에 대해 줄다리기를 해왔다면 앞으로 그런 것들이 조금 더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이런 금융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해결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결국 세계경제가 회복을 할 것이냐인데 힘들다고 본다. 지금의 문제는 구조적인 소득의 불균형이다. 80년대 대학을 다녔는데 그때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세계경제를 하나의 단위로 놓고 아시아로 생산기재를 많이 넘겨준 것이다. 그리고 서방 선진국들은 금융을 했는데 결국 자산가격의 버블을 일으켜 그 돈을 소비했다.
독일만 예외였다. 계속 수출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면 바꿔야 된다. 중국이나 독일의 경우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소비를 해야 된다. 내수를 빨리 진작시켜야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부실국가는 수출제조업 기반을 빨리 마련해야 된다. 그런데 그러한 자리교체가 얼마나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들이 기꺼이 태도를 바꿀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또 그 과정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한다. 설비의 확대는 비교적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설비의 구조조정은 빨리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급과잉이 될 수밖에 없으니 세계경제 회복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사실 전쟁이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이 그런 성격 아니겠는가. 어떤 체제든 출범한 후 나이가 들고 성숙이 되면 필연적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요란 S자 커브를 그리면서 쭉 올라오다가 결국 말기에는 둔화되게 되어 있다. 반면 공급은 계속 신기술이 나오면서 생산성이 계속 좋아지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발생한다. 그것을 한 번씩 제거해 주는 것이 전쟁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커다란 전쟁이 없지 않았는가. 그러다 보니 공급과잉 압력이 계속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가격의 버블을 만들며 인위적으로 소비를 키웠던 부분이 있다. 결국 부의 재분배가 궁극적인 해법인데 이런 것을 만들기 위해 곱게 되지는 않을 것이고 사회적인 혼란이 있어야 될 것이다. 이것이 증시에 쇼크를 주는 것이 아닌가 불안감을 남겨준다.
세계경기가 좋지 않으면 피할 것부터 찾아야 한다. 우선 원자재, 상품 등의 커머더티부터 피해가고 싶다. 매크로 수요가 나빠지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런 쪽이다. 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즈에는 커머더티의 슈퍼 사이클은 끝났다는 기사도 있었다. 커머더티는 원자재도 포함되고 화학이나 정유, 철강 등도 들어간다. 이런 기업들은 아마 시간이 갈수록 계속 실적이 나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수요가 나빠져 가동률이 떨어지면 직접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피해보고 싶다.
다만 금융위기가 해소됐을 때 그것 때문에 그동안 타격을 심하게 받았던 것이 은행주 아니겠는가. 그리고 커머더티 관련주도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반등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화학이나 정유보다는 건설이나 조선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수요가 방어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구조적인 성장을 가지고 있는 업종들이 있다. 예를 들면 화장품이나 카지노 등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럽위기로 인해 환율이 급등했다. 원화가 빠르게 절하됐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물가가 올라가면서 굉장히 골치아프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을 한다. 원화 절하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결국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것이고 외환보유고를 줄인다는 것이다. 지금같이 대외여건이 불안한 가운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줄여야 된다니 참 골치 아픈 일이다. 아마 한국은행이 굉장히 괴로웠을 것이다.
만약 유로가 해체된다면 유럽은행들이 들고 있는 부실국가들의 국채는 아마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그러면 자본이 굉장히 크게 훼손되니 자본충실도,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용국가들의 자산부터 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도 상당히 급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국인들은 생각했다.
한국의 자금난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자금조달 의존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래도 유사시 지급불능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는 피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래서 아마 은행들이 비정상적으로 디스카운트가 돼 있는 것이다. PER이 거의 4~6배이니 굉장히 낮아져 있다. 지난 시간에 우리나라 은행들의 구조적인 한계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분명히 그런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유로에 의해 굉장히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해소된다면 그 정도는 제한적으로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중국도 급한 것 같다. 냉철함을 유지해야 할 것 같은데 하드랜딩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 같아 약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당이 최근 신화통신을 통해 3년 전처럼 무분별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화통신이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산당 기관지인데 그렇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최근 원자바오는 투자를 해야겠다, 그리고 지금 지방정부나 은행들은 계속 부동산버블을 일으키고 싶어하는데 중앙정부는 말리지 않더라. 그런 것을 보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3년 전처럼 한 번 더 부동산버블을 만들어준다면 세계경제가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며 그럴 확률 자체도 낮다.
중국은 투자를 합리적, 선택적으로 하고 소비를 제대로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체에 어폐가 있다. 투자를 줄이면 소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소비를 올리기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를 구원할 만큼 중국이 소비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결국 미국이나 유럽, 중국 어느 곳에도 해답을 찾기 어렵다.
다만 미국 대선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기술적으로 이끌어갈 테니 그때까지는 부정적으로 증시를 볼 필요는 없고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는 것이 맞겠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과연 중국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 번 더 희생양이 되어줄지는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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