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1922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손해보험사다. 올 10월이면 창립 90주년을 맞는다. 한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처럼 장수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동안 6·25 전쟁, 외환위기, 신용카드사태 등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메리츠화재는 고비 때마다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수많은 기업들과 달리 손보사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켜왔다. 가입자와의 오랜 신뢰 관계와 안정적인 이익창출 능력은 메리츠화재가 지닌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장기 인보험(人保險) 집중 전략

메리츠화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른 이익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2011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은 1646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2000~2004년 평균 순이익(198억원)의 8배를 웃도는 규모다. 꾸준한 이익 증가는 고(高)마진 상품인 장기 보장성 인보험에 집중한 결과다. 인보험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한 보험으로, 상해보험과 운전자보험 등이 있다.

메리츠화재는 경쟁사들이 과거 재물보험과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던 때에도 흔들림 없이 장기 보장성 인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을 고수해왔다. 2011 사업연도 장기 인보험 시장 점유율은 12.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확대됐다.

보장성 인보험의 마진율은 7~8% 수준으로 각각 3~4%와 1% 수준인 재물보험과 저축성 보험보다 월등하다. 이 때문에 보장성 인보험은 보험회사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로 활용된다. 2011 사업연도 기준 메리츠화재는 관련 보험 비중이 68.0%로 삼성화재(42.4%) 현대해상(36.5%) 동부화재(28.4%) LIG화재(40.3%) 등보다 높다.

최근에는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보험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서는 추세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설계사 증원과 독립법인 대리점(GA) 채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보험 중심 성장세 지속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인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의 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들은 그동안 보장성 인보험 시장을 포화상태로 판단하고, 재물보험과 저축성 보험 판매를 통한 외형 확대에 주력해왔다.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시장은 2010 사업연도에 재물보험과 저축성보험의 가파른 성장에 밀려 23% 급감했고, 작년에도 3% 줄어 역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올해는 성장 전환이 예상돼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장성 인보험 부문 공략을 위해선 신상품 출시와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 메리츠화재는 수년 동안 GA 채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작년에는 장기 신계약 분야에서 GA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장기간 쌓아온 GA 채널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은 메리츠화재의 강력한 판매 경쟁력을 뒷받침해 줄 전망이다.

메리츠화재의 오랜 업력은 차별화된 상품 공급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공급해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올해 90주년을 맞아 다양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성장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상반기 중 계절적 수요에 맞춘 신상품 2종을 선보인 뒤 오는 10월에 90주년 기념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90주년 기념상품은 1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상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겨울에는 고령인구 급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우려 덜해

메리츠화재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에 따른 손해율 악화 부담도 경쟁사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메리츠화재의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6%로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원수보험료 내 자동차 비중도 18%로 대형 손보사 중 가장 낮다.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마일리지’ 보험과 요일제 상품시장에 먼저 뛰어들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우수 고객을 확보한 것도 손해율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2010년 선보인 요일제 상품은 도입 초기만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근 분석 결과 일반 상품보다 손해율이 낮고 갱신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11월 기준으로 요일제 가입자 계약 갱신율이 일반계약보다 11.3%포인트 높은 73.5%로 파악됐다. 손해율은 47.5%로 29.6%포인트 낮았다.

◆높은 사업비율은 부담

경쟁사보다 높은 사업비율은 메리츠화재의 단점으로 꼽힌다. 사업비율이란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수입 가운데 보험 모집인 수수료와 보험 유지에 필요한 각종 경비 등으로 지출된 금액의 비중을 뜻한다.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2011 사연연도 기준 20.8%다. 상위 4개 손보사 평균보다 3.5%포인트 높다.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보장성 인보험 중심의 사업 확대 탓에 전년보다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올해도 9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사업비율이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사업비율을 21.4%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 개선 추세는 사업비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는 올해도 무리한 확대보다는 고마진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보장성 인보험 시장 점유율은 1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1 사업연도에 20.8%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개선됐다. 상위 4개 경쟁사 평균(14.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도 수익성 위주 전략을 통해 ROE 20% 수준의 견고한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 jaewoong.won@tongy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