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동양화재 회장(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2005년 큰 고민에 빠졌다. 보험사 순이익이 한 해 평균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성장도 주춤했다. 조 회장은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사명을 동양화재에서 메리츠화재로 바꿨다. 회사 이름이 바뀐 것은 55년 만의 일이다. 1922년 조선화재로 출발한 메리츠화재는 1950년에 딱 한 번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조 회장은 작년 6월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 최고(最古) 회사임에도 보험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이다. 오는 10일로 취임 2년째를 맞는 송진규 사장이다. 송 사장은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아 ‘내실’을 다져, 3년 내 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익성 집중…장기 손해율 최저

메리츠화재의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원수보험료는 4조2543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중시하는 외형 지표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9% 늘었다. 2009년 3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4조원 시대를 열었다.

무엇보다 당기순이익이 많이 늘었다. 작년 순이익은 1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6.1%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다. 연평균 이익성장률(CAGR)로 따지면 18.1%로 업계 1위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과 함께 ‘손보 빅5’에 들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메리츠화재가 짧은 기간에 이런 실적을 올린 것은 송 사장이 취임한 뒤 보장성 보험에 집중한 차별화 전략 덕분이다. 장기 수익성 위주로 일관된 경영 전략을 폈고, 장기보험 합산 비율에서는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장기보험 경과손해율(경과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 회계연도 기준 80.1%다. 손보업계 상위 4개사의 평균인 85.3%보다 5.2%포인트 낮다. 그만큼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지역 거점별로 차별화한 성장 전략을 펴는 한편 승용차 요일제와 마일리지 보험 결합상품을 먼저 시작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발빠르게 진입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으로부터 한국고객만족경영대상을 5년 연속 수상했다. 올초에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주관한 ‘2012 고객중심 경영대상’을 받았다.

○“올해 순이익 2000억원 달성할 것”

메리츠화재는 올해 원수보험료 목표를 전년 대비 12% 이상 늘어난 4조7693억원으로 잡고 있다. 순이익 목표는 18% 이상 증가한 1950억원으로 잡았다.

송 사장은 올초부터 ‘명품 보험사’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고객이 선택하고, 주주가 투자하고 싶어하며, 임직원이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객만족(CS)경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전사 차원의 서비스 개선에 나서기 위해서다. 계약 체결과 고객관리, 사고 접수 및 뒤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별도로 신상품을 개발하기 전 영역별로 가입 및 추천 의향을 묻고 가상 만족도를 따져보는 식으로 고객 지향형 상품을 내놓는다.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메리츠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자동차보상 고객 보상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송 사장은 내부 소통도 강조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려면 임직원부터 즐거워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소통IN’ 시스템을 개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본사뿐만 아니라 영업현장 직원들까지 고민이나 개선점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는 통로다. 소통IN 전담팀이 부서별 협의를 거쳐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손보업계 최장수 기업인 메리츠화재는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90년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걱정나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송 사장은 “그동안 많은 성장을 이룬 만큼 사회에 더 많이 돌려주는 보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5년 확고한 2위 진입 목표

메리츠화재는 2015년까지 명실상부한 손보업계 2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형과 내실 등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권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별화한 상품으로 90주년 기념사업을 집중 시행하고 △전속채널 보강 등 판매 체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현장 중심의 업무 절차 개선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3대 신성장 전략’을 짰다. 이 중 90주년 기념사업 등 미래 투자사업에 39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에 대한 역량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한 장기 인보험 비중을 작년 12.7%에서 올해 15.4%, 2013년 18.9%, 2014년 20.3%로 각각 끌어올리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