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가들이 국제무대에서 ‘K아트’ 붐을 조성하고 있다.

설치 작가 양혜규 씨를 비롯해 영상작가 전준호 문경원, 한지 조각가 전광영, ‘퓨전 한국화가’ 전준엽, 조각가 김택기, 설치 및 회화작가 이기봉, ‘목욕탕 화가’ 이용빈, 김홍석 정연두 강형구 문범 박선기 배준성 신미경 씨 등 100여명이 미주 유럽 홍콩 무대를 활발하게 누비고 있다.

◆양혜규 등 카셀 도쿠멘타에 초대

전준호 문경원 양혜규 씨는 9일부터 9월16일까지 100일 동안 독일 카셀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한다.

전씨와 문씨는 1년 동안 공동작업한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 웨어’를 선보인다. 건축가, 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과학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의 지향점과 사회 전반을 성찰하고 미래를 조형화한 작품이다. ‘엘 핀 델 문도’(세상의 저편)’라는 영상 채널에서는 영화배우 임수정과 이정재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양씨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품 ‘진입:탈-과거시제의 공학적 안무’로 세계적인 작가들과 경쟁한다. 그는 8일(한국시간) 밤 카셀 주립극장의 오프닝 무대에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모노드라마로 재구성해 올릴 예정이다.

런던올림픽 달구는 한국 미술

‘극사실주의 화가’ 강형구 씨를 비롯해 문범 박선기 배준성 신미경 최우람 조덕현 장승효 이길우 씨 등 34명은 런던올림픽 기간인 7월25일부터 9월23일까지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한국 현대미술 전시회 ‘코리안 아이(Korean Eye)’를 펼친다. ‘코리안 아이’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2009년부터 후원해온 대규모 미술전시 프로젝트. 그동안 서울 런던 뉴욕 싱가포르 아부다비 등에서 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나이젤 허스트 사치갤러리 최고경영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한 작가들이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런던올림픽 기간에 열리기 때문에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리가 믿는다”고 말했다.

전광영의 한지 작업 유럽으로

한지 조각가 전광영 씨는 지난해 홍콩아트페어의 ‘퍼블릭 스페이스’ 작가로 선정된 데 이어 독일 쿤스트베르크 잠롱미술관에서 안젤름 키퍼, 고트하르트 그라우프너와 특별 3인전을 갖고 있다.

홍콩 스테이트 오브 아트갤러리와 미국 마이애미 카브크니나갤러리 전속 작가인 전주엽 씨는 9월 뉴욕 첼시 더케이갤러리 개관 기념전에 초대됐다. 올초 홍콩 개인전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뉴욕전에 동양적 사유와 감성을 풀어낸 ‘빛의 정원’ 시리즈 20여점을 선보인다.

비디오 아티스트 조승호 씨는 미국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40여개 대형 전광판에서 사막 풍경을 주제로 한 6분 21초짜리 영상 작품을 이달 30일까지 매일 상영한다.

2007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설치작가 임민욱 씨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워커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이용빈 씨는 일본 교토 코야마토미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해외 시장 탐색에 들어갔다. 김홍석 씨는 12월8일부터 4개월 동안 호주 브리즈번에서 제7회 아시아태평양트리엔날레, 영상 설치작가 정연두 씨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런던 스펜서 하우스 그룹전에 각각 참여한다.

국제적인 기획자들과 유대를

이 같은 ‘미술한류’ 바람은 작품성만 뛰어나면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대중성과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홍콩에서 국내 작가들에 대한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수요층이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신호”라며 “세계적인 큐레이터 등과 유대를 강화하면 작품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