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브라질올림픽 골프 코스 디자이너인 길버트 핸스(48·미국·사진)가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 3월 발표된 올림픽 코스 설계가 선정에서 잭 니클라우스와 아니카 소렌스탐, 그레그 노먼과 로레나 오초아, 개리 플레이어와 피터 톰슨, 로버트 트렌트 존스 등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제쳤다. 그는 미국 LPGA투어 통산 29승을 올린 에이미 앨콧(56·미국)을 파트너로 삼았다.

새롭게 단장해 지난 1일 문을 연 에머슨퍼시픽GC(충북 진천)의 레이크 코스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그는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대한 자연과 조화된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코스를 맡게 된 비결에 대해 “책상에서 머리로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설계도면을 수작업으로 직접 그린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는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자연을 살린 골프 코스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코스 디자이너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 설계 공부를 할 때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서 자연 친화적인 골프장을 접하고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이 큰 자산이 됐습니다.”

영향을 받은 설계가로는 오거스타내셔널GC를 설계한 알리스터 매켄지, 뉴욕의 윙풋과 베스페이지를 설계한 알버트 워렌 트릴링하스트, 파인허스트 No. 2 골프장을 디자인한 도널드 로스 등을 꼽았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톰 도크와 빌 쿠어 설계가에게서도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옆에 있는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공사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의 특성을 살리는 창의적인 발상에 여러 번 놀랐다”고 말했다.

핸스는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와 뉴저지의 파인밸리, 뉴욕의 내셔널골프클럽 등 세 곳을 좋아하는데 이들 골프장은 스케일이나 사이즈가 크다”면서 “좋은 골프장은 볼이 떨어지는 지점이 넓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페어웨이 폭이 45야드는 돼야 해요. 플레이어가 어느 방향으로 공략할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니까요. 올림픽 코스도 이 세 곳을 토대로 조성하게 될 겁니다.”

올림픽 코스는 2014년 말 완공, 2015년 남녀 프로골프대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그는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코스와 관련된 팁은 미국팀에만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핸디캡 10의 실력을 갖춘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긴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골프를 잘 치려면 지금보다 좀 더 앞티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며 “평균 드라이버샷이 200야드 정도인 아마추어에게는 6100야드 정도의 전장이 알맞다”고 했다.

“처음 방문한 골프장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면 누구나 지루할 겁니다. 코스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게 할 필요가 있어요.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과 다음엔 더 잘 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어야 하죠.”

1993년 ‘핸스 골프코스 디자인’을 설립한 그는 스코티시오픈이 열리는 캐슬스튜어트 골프링크스와 보스턴GC 등 명문 골프장 설계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인수한 마이애미 도랄골프장의 블루몬스터 코스 리모델링 작업도 맡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