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선장이 바뀌었다.

7일 삼성그룹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기존 김순택 실장은 개인적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미래전략실-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그룹 삼각 축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이곳의 선장은 '왕의 남자'로 불린다.

삼성은 "최 부회장은 유럽발 글로벌 경제 위기와 날로 치열해 지는 기업간 경쟁에 가장 잘 대응해 나갈 최적임자" 라며 "글로벌 경영감각을 갖춘 '실전형 CEO'인 최 부회장을 앞세워 혁신적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가 발표된 7일은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은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유명한 선언을 했다. 이 선언 이후 삼성은 물량 중심에서 품질 중심의 경영으로 기조를 바꿔 반도체, TV, 휴대폰 등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을 다졌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미로 이 회장이 직접 최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안다" 며 "전자에서 세트, 부품을 두루 맡아 성공시킨 솜씨를 그룹 전반에 보여주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회장은 최근 한 달 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 "유럽 경기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쁘다" 며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는 등 신경영에 준할 만큼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 부회장을 미래전략실 선장으로 앉혀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변화를 이끌도록 책임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회장은 빠른 의사 결정력과 과감한 경영으로 TV와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임명에 따라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DS(Device Solutions) 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을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권 부회장이 맡고 있는 부품사업 부문과 세트사업 부문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세트사업 부문도 지난해 12월부터 윤부근 사장(CE담당)이 TV와 가전사업을, 신종균 사장(IM담당)이 휴대폰과 IT사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임명에 따른 삼성전자의 사업 및 조직 운영상 변화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