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보유 중인 포스코 주식을 활용해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EB 발행을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상법 개정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해외 EB 발행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외국계 IB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지난주 외국계 IB들은 국민은행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EB는 국민은행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로 발행된다.
국민은행은 포스코 보유 주식 157만9112주(1.81%) 가운데 40만주만 EB 발행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포스코는 35만7500원에 마감했다. 포스코 40만주의 가치는 1430억원이다. 전환가격이 현 주가보다 높게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EB 발행 규모는 16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과거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포스코 주식과 KB금융 주식을 맞교환해 포스코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포스코가 지난 4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KB금융 지분을 블록딜(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국민은행도 포스코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EB 발행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 주식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 주식을 바탕으로 교환사채 상환사채 파생결합사채 등을 발행하는 것은 상법에 근거가 없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4월 중순 시행된 개정 상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되면서 가능해졌다.
국민은행은 EB 발행을 통해 조달금리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포스코의 상승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EB 금리는 회사채에 비해 낮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 EB(교환사채)
exchangeable bond. 발행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환사채(CB)와 비슷하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