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산업단지 인근 군장대 오태선 교수 연구실을 찾은 지난 5일. 신재생에너지 계열 OCI 협약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오 교수는 시름에 잠긴 채 학생들 취업일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 2월이면 당장 100명의 학생이 졸업하는데 취업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대 태양광업체인 OCI와 군장대는 2010년 맞춤형 기술인력을 양성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군장대는 신재생에너지 및 화공 분야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계열을 협약학과로 설치했다. 1학년 240명, 2학년 100명이 수강 중이다. 내년 2월 졸업하는 학생들은 협약에 따라 OCI에 취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취업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OCI의 투자 유보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작년 말부터 투자 유보 소식이 들려 학생들을 다른 회사에 취업시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OCI는 지난달 18일 기업공시를 통해 폴리실리콘 4공장 및 5공장 투자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OCI는 군산산업단지에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4공장은 증축 중이었다. 이번 투자 유보로 2020년까지 새만금산업단지 1공구 155만1000㎡에 지을 계획이던 5공장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4공장은 증축을 멈췄다. OCI 측은 “유럽 재정위기와 태양광산업 시황 변동 등 악화한 사업 환경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OCI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10억원보다 75%나 줄어들었다.

OCI의 투자 유보는 지역 경제에도 적신호다. 군산시는 OCI가 당초 계획대로 투자하면 직접고용 4000명, 간접고용 연 500만명 등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조경수 군산시 투자지원과장은 “투자를 완전히 중단한 것이 아니라 유보한 것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5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던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직원들도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고희성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산업유치부장은 “새만금산업단지에 5공장을 시작으로 8공장까지 투자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며 아쉬워했다.

군산=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