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럽위기 시대 최대 투자덕목 '트렌드와 균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위기에도 새로운 트렌드 형성
불확실할수록 인간속성 중시
불확실할수록 인간속성 중시
21세기를 맞은 지 벌써 13년째다. ‘희망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던 또 하나의 세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유럽위기와 같은 예외적인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미래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nifty fifty)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과 기업들이 21세기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우위 요소를 잘 포착해 대응할수록 이전보다 빨리 중심국, 우량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21세기 들어 각국 간 성장에 있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시정책 기조가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는 국가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분배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성장률이 낮다는 점이다. 유럽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또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우는 것을 경제운영원리로 하는 국가들이 고성장한다.
인구 수가 많지만 그중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빠르다. 브릭스에 이어 시베츠(CIVETS) 국가들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젊은층은 전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 지원 대상이다.
산업별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산업에 강한 국가가 자원부족 문제를 메워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다. 하지만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것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풀이된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또는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도 인터넷과 모바일이 현실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또는 소득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 또는 기업, 개인생활상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시장지배력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경영 △신수종 사업 개발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인수·합병(M&A) △주력제품의 서비스화 △모바일을 통한 신사업 모델 개발 △친환경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오르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신세기를 맞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데도 이론이나 규범은 빨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경제이론에 있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제학의 혼돈시대(chaos of economics)’를 맞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대전제에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 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킨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가자본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 때문에 모든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간 충돌이 날로 심해지는 양상이다.
21세기 들어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new normal)’은 아직까지 젤리(jelly) 상태다. 앞으로 새로운 스탠더드로 빨리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 이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지금보다 더 큰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젤리형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주식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쏠림현상이다. 언제든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과욕을 부린다면 ‘하이먼-민스크 모델’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정확한 예측이 전제돼야 하는 사회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의 예측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럴 때 인간의 속성이 반영되는 추세(trend)를 잘 읽어 앞날을 내다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모든 경제행위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속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아이로니컬한 것은 미래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nifty fifty)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과 기업들이 21세기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우위 요소를 잘 포착해 대응할수록 이전보다 빨리 중심국, 우량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21세기 들어 각국 간 성장에 있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시정책 기조가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는 국가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분배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성장률이 낮다는 점이다. 유럽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또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우는 것을 경제운영원리로 하는 국가들이 고성장한다.
인구 수가 많지만 그중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빠르다. 브릭스에 이어 시베츠(CIVETS) 국가들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젊은층은 전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 지원 대상이다.
산업별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산업에 강한 국가가 자원부족 문제를 메워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다. 하지만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것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풀이된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또는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도 인터넷과 모바일이 현실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또는 소득 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 또는 기업, 개인생활상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시장지배력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경영 △신수종 사업 개발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인수·합병(M&A) △주력제품의 서비스화 △모바일을 통한 신사업 모델 개발 △친환경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오르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신세기를 맞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데도 이론이나 규범은 빨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경제이론에 있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제학의 혼돈시대(chaos of economics)’를 맞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대전제에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 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킨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가자본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 때문에 모든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간 충돌이 날로 심해지는 양상이다.
21세기 들어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new normal)’은 아직까지 젤리(jelly) 상태다. 앞으로 새로운 스탠더드로 빨리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 이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지금보다 더 큰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젤리형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주식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쏠림현상이다. 언제든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과욕을 부린다면 ‘하이먼-민스크 모델’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정확한 예측이 전제돼야 하는 사회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의 예측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럴 때 인간의 속성이 반영되는 추세(trend)를 잘 읽어 앞날을 내다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모든 경제행위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속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