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전문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1일 JTBC, 채널A, MBN, TV조선 등 종편 4사의 시청률이 5월 마지막 주 평균 0.564%였다고 발표했다. 출범 때인 지난해 12월 첫주에는 0.433%였다. 종편 4사의 시청률은 6개월 동안 0.3~0.5%대를 오갔다. 심지어 ‘애국가 시청률’ 논란까지 빚으면서 1%에도 이르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더욱이 15번부터 20번까지 유리한 채널 번호를 부여받고도 이런 성적을 낸 것은 볼 만한 프로그램이 적었다는 얘기다. 이들 4사의 프로그램은 지상파에 못 미치는 드라마, 선정적인 예능, 한물 간 미국 드라마 등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형편없는 시청률뿐만 아니라 기대를 걸었던 외주 제작사와의 상생 관계조차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불공정 거래를 둘러싼 잡음만 양산하고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TV시청에서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며 “종편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각자 포지션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존재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도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종편의 부진은 그동안 학계를 비롯해 다들 정책 변수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용자 선택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종편 채널 수, 의무재전송 여부, 채널연번제 같은 정책변수, 자본금 규모와 콘텐츠·인력·브랜드 인지도 같은 사업변수, 종편 출범 전후의 시장상황과 같은 환경 변수가 종편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봤지만 정작 지상파 이용에 치우친 소비자의 시청 습관을 깨는 노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종편들은 드라마, 예능, 스포츠, 교양, 뉴스 등 모든 장르를 다루고 있지만 구색을 맞추느라 어느 것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시카우’로 여겨지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지상파에 밀려 조기 종영되거나 축소됐다. 지난달 종편의 광고 매출도 개국 첫달 4개사 총 320억원에서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종편 4사는 출범 당시 최소 3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개국 5개월 만인 지난달 대대적인 인력조정 및 투자 감축 등 보수경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게다가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방통위에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과 관련된 회의록 및 심사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래저래 종편은 사면초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