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강남지역 남북축으로 최대 번화가인 강남대로에선 파란 옷을 입은 단속반과 흡연자들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이날부터 전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대로와 양재대로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 금연 집중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기자는 이날 금연 단속에 나선 서초구청 단속반과 동행했다.

첫 단속에 걸린 불명예의 주인공은 담배를 피우며 강남역 9번출구 앞을 지나던 김모씨(30). “신분증이 없다”며 버티던 그는 몇 분의 실랑이 끝에 주민등록번호 기재 요구에 응했다. 그런데 단속반이 개인단말기(PDA)에 김씨가 불러준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하자 ‘등록되지 않은 주민번호’라는 메시지가 떴다. 일부러 잘못된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준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제서야 김씨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알려주고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일본인 관광객도 적발됐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어 단속반은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서초구는 이날 18명의 단속요원을 투입, 오전 11시30분부터 강남대로와 양재대로 부근에서 일제 단속을 벌였다. 강남구도 10여명의 단속반을 투입했다. 강남대로는 서초구와 강남구를 경계짓는 대로다. 뉴욕제과와 교보 강남타워가 있는 서쪽이 서초구 관할, 롯데시네마와 강남역 9번출구가 있는 동쪽이 강남구 관할이다. 강남구는 10만원, 서초구는 5만원의 과태료를 매긴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단속에서 적발된 흡연자 수는 10여명에 그쳤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금연 계도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지난 3월엔 적발 건수가 하루 평균 300건이 넘었다”며 “지금은 하루 평균 10건에 불과할 정도로 흡연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거리를 지나던 한 60대 주부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더욱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번 단속이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강남대로변만 금연거리로 지정됐을 뿐 골목 안쪽으로 한걸음만 들어가도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이 설 땅은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외뿐 아니라 실내 흡연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내년 3월부터 서울 시내 술집, 음식점 안 지정구역 이외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지훈/강경민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