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해당 의약품에 국가가 지급하는 약가를 줄여 징벌하는 처분(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리베이트 액수와 리베이트를 지급하게 된 경위 등을 감안해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 적용이 적법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5일 종근당이 같은 취지로 낸 행정소송에는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했는데, 유사 소송 중 두 번째로 난 판결에서는 법원이 판단을 반대로 한 것이라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화)는 동아제약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약제급여상한금액인하처분 취소소송에서 3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아제약이 제공한 리베이트 액수는 340만원인데 비해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에 따른 연간 손실액은 약 394억원”이라며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제도의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제재 수단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리베이트 제공 액수보다 1만배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된 제약사의 사정을 감안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또 “군 공보의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제약사 영업사원을 독촉하는 등 일반적인 지급 관행과 다른 사정이 있다”며 “국가가 제도를 시행할 때는 정당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의 한 영업사원은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가 시행된 후인 2009년 8월 이후 강원도 철원군 보건소의 한 공보의에게 두 차례에 걸쳐 리베이트로 340만원을 제공했다. 정부가 제도에 따라 동아제약의 약제 11개 품목 약가를 20% 인하하는 처분을 내리자 동아제약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종근당이 낸 유사 행정소송에서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제도의 공익이 제약사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종근당은 리베이트 4억1550여만원을 제공, 제도에 따른 연간 예상손실은 약 5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영풍제약 등도 같은 유형의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