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일본의 부품 및 소재 업체의 숙련된 은퇴 기술자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 유치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만든 사례들이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년도 일본 우수 퇴직 기술자 유치 성과사례 발표회'를 통해 그 비법이 공개됐다.

첫 번째 사례는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제조업체인 동신유압이다.

박열 동신유압 기술연구소장은 "우리 회사는 일본 기술자의 자문을 통해 소형 정밀 성형품에 대한 품질을 개선했고,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며 "기술 측면뿐 아니라 사원들의 의식 개선 효과도 거뒀다"고 자평했다.

박 소장은 중소기업이 일본 기술자를 유치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지방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 해소 ▲고정 관념화된 기술 사고 전환 ▲문제 기술의 신속·정확한 해결 ▲기술·품질·영업·AS 시스템 개선 등을 꼽았다.

이 회사의 사이토 토시로 고문은 "일본 기업은 결과를 보고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는 피드백 과정에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은 그런 부분에서 취약하다" 며 "이런 문화를 동신유압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나노 무기화합물 제조업체인 석경에이티(AT)의 성공 사례도 소개됐다.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는 "우리 회사는 2010년 9월부터 나카모토 히데오 고문과 인연을 맺어 UV 하드코팅에 쓰이는 재료와 리소그라피(Lithography)용 유·무기 하이브리드 재료를 개발할 수 있었다" 며 "30년 전부터 미쓰비시레이온에서 연구개발(R&D)에 몰두한 나카모토 고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석경은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준 나카모토 고문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조언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방사능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 석경이 보유한 특수 재료를 활용해 방사능 차단 필름을 개발토록 제안했다는 것.

나카모토 고문은 "20년 전부터 무기 나노입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유기와 무기 재료를 모두 복합하는 유·무기 하이브리드 기술이 나오기까지 큰 어려움이 있었다" 면서 "석경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터득해 IT 산업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신현정 기자 hj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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