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파생상품만 최대 30조달러…투기세력 '가격 왜곡'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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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마스터 '원자재 시장' (3)
국가 명운 걸린 자원전쟁…명확한 비전·손익계산 중요
신흥국 수요로 가격 상승…시장 변동성·투기 거품 고려를
광물 생산 환경 처리비 급증…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앞당겨
국가 명운 걸린 자원전쟁…명확한 비전·손익계산 중요
신흥국 수요로 가격 상승…시장 변동성·투기 거품 고려를
광물 생산 환경 처리비 급증…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앞당겨
1909년 7월 독일 카를스루에의 한 실험실. 정교한 실험 장비 끝에서 무색의 액체 몇 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암모니아였다. 수소와 질소의 합성인 이 암모니아, 즉 합성비료 원료의 생산이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이로 인해 식량 공급의 획기적 확대가 가능해졌으며, 세계 인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16억명에서 60억명으로 급증했다. ‘녹색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0세기 세상을 바꾼 수많은 사건과 발견, 발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가능케 해준 시작은 라이트형제의 비행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거창한 것보다는 이 한 방울의 액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이 원자재는 역사의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예가 많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이란과 아프카니스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시끄러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재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한다는 인식 아래 자원 확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쟁은 최근 원자재가 희소해지면서 값이 급등함에 따라 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치열해지는 원자재 확보 전쟁
적도 기니는 매년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약 2000만t을 생산한다. 그러나 미국의 알코아(Alcoa)나 알칸(Alcan)과 같은 거대 알루미늄 회사들은 기니의 전력 부족을 이유로 제련소를 이 나라에 건설하지 않고 원광만을 수입해 간다. 중국만이 유일하게 광산, 댐, 수력발전소 등을 패키지로 건설해주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대외원조 자금의 약 30%를 아프리카, 그 가운데서도 앙골라, 수단, 콩고 등 자원 대국에 무상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 CNOOC, Sinpec) 등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 개발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런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공략을 빗대 ‘차이나프리카(ChinAfrica)’라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다. 각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유전 확보에 노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원자재 공급처로 각광 받고 있는 몽골 고비사막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원자재 수입 중 몽골의 비중은 0.2%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 금지로 국제문제가 된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 분야의 협력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자원 전쟁의 대상은 유전이나 광물 등에 머물지 않는다. 고갈될 우려가 없는 원자재, 즉 ‘지속가능한 원자재(sustainable resources)’인 곡물 확보를 위한 농업부문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자국 내 경지의 약 3배에 달하는 1200만헥타르의 해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대규모 농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해외 농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해외 농업 개발 프로젝트에는 삼성물산과 LG상사, STX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비전과 손익계산 정확해야
치열한 미래 원자재 확보 전쟁은 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원자재 확보 경쟁은 명확한 비전과 함께 정확한 손익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 원자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수익 발생이 전제돼야 하는 기업들의 원자재 개발사업 진출은 엄밀한 계산 하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최근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 암묵적으로 우리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원자재란 그 부존량이 한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원자재 공급은 감소할 것이라는 공급측면, 향후 중국 외에도 개발도상국들의 원자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수요측면이 이런 확신의 배경이 되고 있다. 타당하다. 그러나 100% 타당한가.
필자 역시 2007년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100-1000시대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대를 기록할 것이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당시에는 과감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반추해 보면 이런 전망 역시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유가와 금값은 여전히 10-100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확신 하에서는 이런 해외 원자재 확보 노력은 그 당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투기 거품 빠지면 가격 내릴 수도
그러나 향후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향후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모닝스타연구소(Morningstar Research)의 최근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두 가지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이 향후 몇 년 안에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첫째는 금리 인상과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숙으로 인한 수요 둔화, 대체 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기술개발 등으로 인해 원자재 시장 호황이 2015년 중반에 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원자재 가격이 투기자본들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현재 원유 파생상품 규모는 약 10조~30조달러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원유 실물거래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보고서는 지난 150년 동안 원자재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 이내에서 변동해 왔는데, 최근 수준은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원자재 급등 현상으로 이들 투기세력의 수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원자재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모든 호황 시장은 궁극적으로 하락하게 된다는 교훈적 관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망이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면 현재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의 수익성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거품인가, 또는 시장의 본질적 변화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런 가격 하락 전망 역시 많은 반론이 따른다. 여기서는 원자재 가격이 향후 오를 것이냐, 또는 내릴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재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자재 확보 경쟁에 대한 무분별한 몰입은 자칫 중·단기적으로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대세 이룰 것
그렇다면 향후 원자재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 원자재 값 생산비용 분석이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 상품의 가격은 그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한계비용에 일정한 이익(mark-up)을 더한 것으로 구성된다. 2010년 금 연평균 가격을 2009년 가격 대비 가격 상승 요인별로 분석해 보자. 우선 환율 변동이 가격에 미친 영향이 50%가량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물 품위 저하에 따른 생산가격 상승이 30%를 차지했다. 즉 투기적 요인과 광물 고갈 현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박토비용, 즉 광물 생산 후 환경처리 비용의 비중이 19%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원자재의 미래는 환경과 관련된 비용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환경 친화적인 원자재 개발이 대세를 이룰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선진국들은 단순한 원자재 개발뿐 아니라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및 바이오매스 발전, 산업조림, 팜농장 등 친환경 그린사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바이오매스 개발은 ‘쟁기가 시추탑을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농업을 통한 청정에너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제2의 녹색혁명’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은 최근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방향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카루스의 역설’을 경계해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이나 일본, 미국 같은 나라들과 경쟁해 원자재 전쟁을 치르기에는 그 위험성이 상당히 높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물량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자원 확보 전쟁에서 실체적 성과를 확보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다.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향후 원자재시장의 미래에 당면해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원자재를 선점하려는 목표에만 매몰돼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태양에 접근하다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역사는 소국이 대국에 맞서 전쟁을 수행할 때는 똑같은 전략이나 무기체제가 아니라, 우회적이며 독창적인 전략이 필요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에서의 원자재 확보 노력과 함께 지속가능한 친환경 원자재 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계획과 지원의 대폭적인 확대가 절실하다.
문용주 <코리아PDS 이사>
지난 20세기 세상을 바꾼 수많은 사건과 발견, 발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가능케 해준 시작은 라이트형제의 비행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거창한 것보다는 이 한 방울의 액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이 원자재는 역사의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예가 많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이란과 아프카니스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시끄러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재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한다는 인식 아래 자원 확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쟁은 최근 원자재가 희소해지면서 값이 급등함에 따라 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치열해지는 원자재 확보 전쟁
적도 기니는 매년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약 2000만t을 생산한다. 그러나 미국의 알코아(Alcoa)나 알칸(Alcan)과 같은 거대 알루미늄 회사들은 기니의 전력 부족을 이유로 제련소를 이 나라에 건설하지 않고 원광만을 수입해 간다. 중국만이 유일하게 광산, 댐, 수력발전소 등을 패키지로 건설해주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대외원조 자금의 약 30%를 아프리카, 그 가운데서도 앙골라, 수단, 콩고 등 자원 대국에 무상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 CNOOC, Sinpec) 등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 개발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런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공략을 빗대 ‘차이나프리카(ChinAfrica)’라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다. 각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유전 확보에 노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원자재 공급처로 각광 받고 있는 몽골 고비사막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원자재 수입 중 몽골의 비중은 0.2%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 금지로 국제문제가 된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 분야의 협력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자원 전쟁의 대상은 유전이나 광물 등에 머물지 않는다. 고갈될 우려가 없는 원자재, 즉 ‘지속가능한 원자재(sustainable resources)’인 곡물 확보를 위한 농업부문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자국 내 경지의 약 3배에 달하는 1200만헥타르의 해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대규모 농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해외 농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해외 농업 개발 프로젝트에는 삼성물산과 LG상사, STX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비전과 손익계산 정확해야
치열한 미래 원자재 확보 전쟁은 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원자재 확보 경쟁은 명확한 비전과 함께 정확한 손익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 원자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수익 발생이 전제돼야 하는 기업들의 원자재 개발사업 진출은 엄밀한 계산 하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최근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 암묵적으로 우리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원자재란 그 부존량이 한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원자재 공급은 감소할 것이라는 공급측면, 향후 중국 외에도 개발도상국들의 원자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수요측면이 이런 확신의 배경이 되고 있다. 타당하다. 그러나 100% 타당한가.
필자 역시 2007년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100-1000시대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대를 기록할 것이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당시에는 과감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반추해 보면 이런 전망 역시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유가와 금값은 여전히 10-100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확신 하에서는 이런 해외 원자재 확보 노력은 그 당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투기 거품 빠지면 가격 내릴 수도
그러나 향후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향후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모닝스타연구소(Morningstar Research)의 최근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두 가지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이 향후 몇 년 안에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첫째는 금리 인상과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숙으로 인한 수요 둔화, 대체 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기술개발 등으로 인해 원자재 시장 호황이 2015년 중반에 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원자재 가격이 투기자본들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현재 원유 파생상품 규모는 약 10조~30조달러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원유 실물거래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보고서는 지난 150년 동안 원자재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 이내에서 변동해 왔는데, 최근 수준은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원자재 급등 현상으로 이들 투기세력의 수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원자재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모든 호황 시장은 궁극적으로 하락하게 된다는 교훈적 관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망이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면 현재 원자재 확보 경쟁에서의 수익성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거품인가, 또는 시장의 본질적 변화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런 가격 하락 전망 역시 많은 반론이 따른다. 여기서는 원자재 가격이 향후 오를 것이냐, 또는 내릴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재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자재 확보 경쟁에 대한 무분별한 몰입은 자칫 중·단기적으로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대세 이룰 것
그렇다면 향후 원자재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 원자재 값 생산비용 분석이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 상품의 가격은 그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한계비용에 일정한 이익(mark-up)을 더한 것으로 구성된다. 2010년 금 연평균 가격을 2009년 가격 대비 가격 상승 요인별로 분석해 보자. 우선 환율 변동이 가격에 미친 영향이 50%가량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물 품위 저하에 따른 생산가격 상승이 30%를 차지했다. 즉 투기적 요인과 광물 고갈 현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박토비용, 즉 광물 생산 후 환경처리 비용의 비중이 19%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원자재의 미래는 환경과 관련된 비용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환경 친화적인 원자재 개발이 대세를 이룰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선진국들은 단순한 원자재 개발뿐 아니라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및 바이오매스 발전, 산업조림, 팜농장 등 친환경 그린사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바이오매스 개발은 ‘쟁기가 시추탑을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농업을 통한 청정에너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제2의 녹색혁명’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은 최근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방향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카루스의 역설’을 경계해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이나 일본, 미국 같은 나라들과 경쟁해 원자재 전쟁을 치르기에는 그 위험성이 상당히 높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물량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자원 확보 전쟁에서 실체적 성과를 확보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다.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향후 원자재시장의 미래에 당면해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원자재를 선점하려는 목표에만 매몰돼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태양에 접근하다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역사는 소국이 대국에 맞서 전쟁을 수행할 때는 똑같은 전략이나 무기체제가 아니라, 우회적이며 독창적인 전략이 필요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에서의 원자재 확보 노력과 함께 지속가능한 친환경 원자재 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계획과 지원의 대폭적인 확대가 절실하다.
문용주 <코리아PDS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