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한해 1억원대가 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하며 노키아 소니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기업. 전세계 가전제품의 40%를 조립·생산하는 기업. 대만 IT 기업 훙하이(鴻海) 이야기다. 폭스콘이라는 자회사로도 잘 알려진 훙하이는 지난 3월 일본 샤프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 최대주주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훙하이는 1974년 전자부품 생산업체로 창업해 2001년 위탁생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10년간 매출을 연 평균 36%씩 늘리며 지난해 매출 920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훙하이의 급성장은 대기업 하청업체로 출발한 중소기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훙하이는 전자제품 위탁생산을 시작한 초기 대기업의 노후 설비를 인수하면서 해당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00년대 들어 델의 폴란드 PC 공장, 모토로라의 멕시코 휴대폰 공장, 소니의 슬로바키아 TV 공장을 연이어 인수하고 그 대가로 이들 기업을 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훙하이의 TV 생산량은 2009년 40만대에서 소니 슬로바키아 공장을 인수한 2010년 850만대로 급증했다.

훙하이는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고 설계역량을 강화하는 등 제조역량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액정표시장치(LCD) 인쇄회로기판(PCB) 커넥터 등 주요 부품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위탁생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중 3분의 1은 훙하이가 직접 만든다. 또 ‘금형학교’를 설립해 매년 3000명의 숙련 금형 기술자를 양성, 고급 인력을 확보했다. 통상 4~6주 걸리던 휴대폰 금형 납기를 1주일로 단축했다.

훙하이는 한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2000년대 초반 데스크톱 PC 생산에 주력하던 이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마더보드 게임기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생산 품목을 다양화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소니 TV와 애플 아이폰 등 TV와 모바일 분야를 강화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훙하이가 샤프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모바일용 중소형 LCD 등 고부가가치 부품 분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최근에는 애플 iOS를 탑재한 ‘iTV’가 훙하이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은 부품업체에서 시작해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한 훙하이는 한국 중소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편으로는 훙하이가 한국 IT 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훙하이는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IT 기업의 제조설비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경쟁사의 하청기업이 직접적인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이다. 한국 IT 기업은 훙하이의 전략을 예의주시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sw@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