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총각이 ‘품절남’이 됐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공모 부정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말들이 많은가 보다. 페이스북 얘기다. 전자는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결혼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100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공개 과정에서 공모 가격을 부풀렸다고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연일 톱뉴스에 오르는 것을 보면 세계가 페이스북 열풍에 빠져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어디 페이스북뿐인가. 트위터, 카카오톡 등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대세인 시대다. 이제 웬만한 SNS 한두 개에 이름이라도 걸쳐놓지 않으면 인간 관계에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마저 드는 세상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SNS상에 기업 계정을 만들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쓴다. 새로운 고객도 끌어모으고 기존 고객과의 관계도 훨씬 돈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일까.

사람들은 SNS에서까지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SNS는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인데, 그곳에서까지 기업들의 제품 홍보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기회의 땅 SNS를 소 닭 보듯 지켜만 봐야 할까. SNS를 대상으로 ‘소셜 전략(social strategy)’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회사가 있다. 이베이다.

이 회사는 3억명이 넘는 회원들이 매일 200만개가 넘는 품목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2010년 하반기 ‘그룹 기프트(Group Gift)’란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깜짝 놀랄 만한 혁신 상품도 아니고, 결제 방식을 하나 도입한 것뿐인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룹 기프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방식은 물건 값을 여러 명이 나눠서 치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친구의 선물을 구매할 때 많이 이용한다. 먼저 친구들 중 하나가 이베이에서 선물을 고르고 그룹 기프트라고 쓰여 있는 창을 선택한 다음, 그 선물을 받을 사람과 공동 구매에 참가할 사람을 정한다. 그러면 이 정보가 나머지 친구들의 페이스북으로 보내지고, 댓글을 통해 선물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게 된다. 만약 그 선물을 구매하기로 결정이 되면 링크된 결제 시스템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할당된 금액만큼 돈을 내면 된다. 선물 값이 모두 치러지면 받을 사람에게로 발송된다.

이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도대체 뭐가 남달랐기에 그랬을까. 그건 제품 구매를 친구들과의 놀이로 바꾸어줬다는 점이다. 혼자 다른 사람의 선물을 고르는 행위는 귀찮은 ‘일’이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즐거운 놀이가 된다. 여럿이 선물을 사기 때문에 각자 부담하는 금액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친구들과의 수다 자체도 즐겁다. 받는 사람도 평소에 갖고 싶었던 고가의 선물을 받을 수 있으니 좋다. 결국 이 서비스는 선물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관계를 좋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선물을 주는 사람들끼리의 사이도 좋게 만들어준다.

이베이는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을까. 첫째, 신규 고객이 들어왔다. 이베이를 사용하지 않던 사람도 친구들과의 공동 구매에 참가하려면 이베이 회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규 고객 중 3분의 1가량이 한 달 안에 재구매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베이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한 것도 없는데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을 끌고들어온 셈이다.

둘째, 평소엔 잘 팔리지 않던 값비싼 물건의 판매 실적이 올랐다. 공동 구매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평소보다 비싼 물건을 사게 된다. 실제로 그룹 기프트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다른 제품들보다 평균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베이의 소셜 전략은 한마디로 “우리 제품을 사보겠어요”가 아니라 “우리를 매개로 해서 친구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지 않겠어요”다. 사람들끼리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이익을 거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 전략을 수립하면서 내세우는 것이 ‘소통’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SNS상의 중요한 소통은 회사와 고객의 소통이 아니다.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통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소셜 전략에서 말하는 소통은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둔 소통이다. 기업이 챙겨가는 이익은 이런 노력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