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19대 국회와 '어색한' 첫 만남…대선까지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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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대기업, 양극화 문제 반성해야"
재계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게 도와달라"
재계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게 도와달라"
“공정한 경제, 공정한 경쟁체제를 만드는 데 협조해주길 바란다.”(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훌륭한 의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을 열었다.
여야 국회의원 100여명과 대·중소기업을 망라한 경제계 대표 400여명 등 참석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덕담을 건넸으나 말의 뉘앙스는 다소 다르게 들렸다. 한 참석자는 “정치권에서 협조해달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첫 상견례부터 날 세운 정치권
새누리당에선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심재철 최고위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통합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세균 상임고문 등 40여명의 의원들이 나왔다.
이들은 경제인들의 애로와 건의를 듣기보다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투자확대 등을 주문하는 데 바빴다. 황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인들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동시에 책임도 느껴야 한다”며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한데 기업들이 좀 더 열심히 잘해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바란다. 공정한 경제, 공정한 경쟁체제를 만드는 데도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계와 대기업이 양극화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할 때가 됐다”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들과 함께 상생의 경제를 이룩해야 나라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재계가 경제민주화(상호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에 대해 강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치권은 첫 상견례부터 날을 세우는 분위기였다.
여야 정당은 4·11 총선을 치르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순환출자 금지 부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업인 범죄 처벌 강화 등 재계를 압박하는 공약을 쏟아 낸 상태다.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정규직에 지급하는 현금과 현물을 비정규직에도 똑같이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차별 해소 관련법’을 발의했다.
◆재계, “반기업 정서 확산 걱정”
경제계는 정치권에 규제 완화와 감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주문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앞으로 4년 동안 국회가 민의를 충분히 헤아리고 수렴해 우리나라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민생활이 한결 편안해지고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훌륭한 의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인사는 “무분별한 반기업 정서와 포퓰리즘이 궁극적으로 국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따져보고 정책 수립과 입법 활동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경제계의 주문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기업 때리기에 열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경제계에선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희범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신배 SK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키로 했으나 막판에 불참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김종중 사장(부품부문 CFO)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서준희 사회봉사단 사장,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대신 행사장에 나왔다.
김현석/전예진/이태훈/이현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