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상징은 책이었다. 여기에 노트나 수첩이 더해지면 좋았고 얇고 광택나는 영자 시사주간지면 금상첨화였다. 좀 더 학구적으로 보이려면 이 모든 것을 넣은 가방을 들고 다니면 됐다. 그것이 지식인이고 비즈니스맨이었으며 경영자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 사라진 건 1990년대 들면서였다. 소위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열리고서부터다. 인터넷의 상용화와 더불어 노트북이건 데스크톱이건 컴퓨터는 지식인을 뜻하는 상징이 됐다. “나는 컴퓨터로 작업하거든”하는 자랑을 이때부터 자주 듣게 됐다. 워드프로세서로 친 원고가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지식인의 상징이 컴퓨터가 되면서 생산성은 크게 향상됐다. 문서작업이나 자료 검색이 훨씬 쉬워져서다. 그러나 개인으로 보면 자신이 뭔가를 정말 아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이 어디 있다는 정도를 아는 것에 불과한 게 사실이라 지적능력이 퇴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결정적인 문제는 컴퓨터가 ‘붙박이’라는 데 있었다. 지식의 상징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이 이제 지식의 도구를 어딘가에 ‘놓고 다니게’ 된 것이다. 일을 몰아서 하고 외우기보다는 대충해놓고 저장하는 습관이 몸에 배버렸다. 지식은 내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두고 다니는, 즉 남의 것이 된 것이다.

갤럭시탭 아이패드 등은 바로 지식인들이 다시 지식도구를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이제 지식은 내 것이고 나와 늘 함께 있으며 그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고 그것을 곧바로 남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패드가 책 크기 비슷한데는 이런 이유도 숨어 있다.

디지털 시대 경영자가 할 일? 고민하지 말고 우선 스마트패드를 사라. 그리고 항상 갖고 다녀라. 다행히 젊은이들은 구매력이 떨어져서인지 좀처럼 패드까지는 못 따라오고 있다. 정보기술(IT) 격차를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 / 한경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