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문화교류는 새로운 예술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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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조선 후기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오는 양반들은 저마다 서양 그림 한 장씩 사들고 와 대청마루에 걸었다. 외국물 먹었다는 걸 뻐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인증’용 그림이 조선 그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희언(姜熙彦, 1738~1784 이전)의 ‘인왕산도’는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림은 자연의 본질을 묘사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털고 대상의 겉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렇다고 선(線) 맛에 의존하는 전통화법을 버린 것은 아니다. 화가는 가로 선을 짧게 반복, 우리식으로 산의 입체감을 표현했다. 선비들이 자랑삼아 들고 온 그림 한 장이 예술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셈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