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일산~퇴계원 구간 36.3㎞를 지나려면 43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반면 남부 구간인 김포~산본 36.9㎞와 평촌~강일 36.5㎞의 통행료는 각각 1700원과 1800원에 불과하다. 이용 거리는 비슷한데 요금이 배 이상 차이나는 것은 도로 건설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부 구간은 정부가 직접 예산을 들여 개통한 반면 북부 구간은 민간 자본이 투입됐다. 민자사업의 특성상 통행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발표한 ‘공공부문의 민간투자사업 출자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북부 구간은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8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도로의 통행료를 정부가 운영하는 다른 고속도로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규모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중에서 이처럼 ‘무늬만 민자사업’이 6개나 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비롯해 부산~울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교 복선전철,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원~광명고속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명목상 민자사업이지만 실제로는 공공부문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고속도로는 민간 자본이 전무하고 공공부문인 한국도로공사(51%)와 국민연금공단(49%)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민자사업에 출자한 공공기관 중에선 국민연금이 단연 눈에 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주요 민자고속도로 3곳의 대주주다. 한국도로공사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도 2개 이상씩의 민자사업에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공공부문의 출자 비율이 50% 이상인 민자사업법인은 아예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의 경우 기관 성격상 투자수익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민자사업에까지 공공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