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패턴 확 바뀐다…'단기 고수익' 대신 '장기 안정형' 갈아타기 붐
서울 강남에 사는 박모씨(60)는 요즘 거래 증권사의 PB센터를 자주 찾는다.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서다. 그의 재산은 30억원가량. 시가 20억원짜리 조그만 상가 건물을 갖고 있고,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자문형 랩 등에도 7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도 2억원 정도다. 은행에 예치한 1억원을 제외하면 부동산과 주식이 그의 전 재산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재산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값과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미 은퇴한 박씨는 부동산과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연금저축과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로 했다.

개인들의 재테크 패턴이 바뀌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겠다는 사람보다는 장기간 꾸준한 수익을 얻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자금도 ‘단기·고수익 상품’에서 ‘장기·안정형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에서 돈이 꾸준히 빠져 나가고 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97조2673억원으로 작년 말(104조2009억원)보다 6조9336억원 감소했다. 사상 최대였던 2008년 8월(144조644억원)과 비교하면 32.5%(46조7971억원) 줄었다. 개인들의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1월 말 20조204억원에서 지난 24일 17조1689억원으로 2조8515억원 빠졌다. 위험성이 큰 주식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빠져 나온 돈은 연금저축 채권 등 장기상품과 ELS 등 ‘중수익·중위험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보험사 연금보험과 은행 연금신탁, 자산운용사 연금펀드를 합친 연금저축 적립액은 지난해 말 68조원으로 1년 전보다 8조원(13.3%) 증가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금액도 2조3243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4044억원)의 5.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대표적 중수익·중위험 상품인 ELS 발행 금액은 3월 5조2653억원, 4월 4조8026억원 등으로 매달 4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 및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개인들의 재테크 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며 “한꺼번에 많이 벌기보다는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서 노후에 대비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유승호/심은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