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막이 오른 ‘2012 부산국제모터쇼’.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수입차들의 거센 공세가 화제였다. 수입차 업체들이 선봉장으로 내세운 주력 차종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 저마다 자태를 뽐냈다. 하지만 단순히 차만 보고 수많은 ‘남정네’들이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진 않을 것이다. 든든한 우군인 레이싱모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부산모터쇼 역시 멋진 차 옆에 포즈를 취한 레이싱모델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유럽이나 북미의 모터쇼에선 레이싱모델이 없다는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모델들은 아름다웠고, 소개된 차들이 새로울 것 없는 부산모터쇼에선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했다. 게다가 모델들의 의상 컨셉트도 철저하게 해당 차종의 성격을 반영했다. 모델만 봐도 차와 브랜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와 스타일! 눈 크게 뜨고 들여다봤다.


레이싱걸, 빛나는 걸
◆ 아우디 R8 GT 스파이더… ‘완전 차도녀’

아우디를 보면서 시골길을 연상시키기란 참으로 어렵다.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헤치며 달리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차문이 열리고 시크한 옷을 입은 그녀가 바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사무실 안으로 걸어갈 것 같은 그런 차다. 모델도 이런 이미지를 십분 활용했다. 화이트와 블랙의 심플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룩은 슈퍼카 R8과 잘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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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6시리즈 그랑구페 ‘역동적인 우아함’

6시리즈 그랑쿠페는 아름답다. 우아한 곡선과 무광 골든 컬러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최고출력 320마력짜리 쿠페를 타고 달리는 기분을 금빛 갈기가 휘날리는 백마를 타고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무리일까. 모델도 이런 그랑쿠페의 역동적인 우아함을 드레스로 승화시켰다. 드레이핑한 드레스의 주름은 그랑구페의 보닛과 닮았다. 드러난 어깨와 앞뒤 길이가 다른 드레스의 하단부는 우아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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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 2013년형 머스탱… ‘완벽한 섹시함’

포드는 이번 모터쇼에서 토러스, 퓨전, 이스케이프 등 다수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하지만 눈길이 멈춰선 모델은 ‘2013년형 머스탱’. 불꽃 무늬를 뒤집어쓴 머스탱은 한층 개선된 품질과 성능으로 뭇 남성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이 모델의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보라. 머슬카와 섹시함은 동전의 양면 같은 단어라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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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 큐브… ‘큐트 종결자’

큐브는 한 마디로 ‘큐트’하다. 귀엽다는 뜻이다. 박스카 특유의 깜찍한 디자인과 화려한 무늬는 만화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모델들도 큐브처럼 깜찍하다. 핑크톤의 발랄한 드레스는 이분들을 모시고 어디 맛나는 가로수길 디저트 카페라도 가야할 것만 같다. 큐브는 신차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큐브가 디자이너 그룹 스티키 몬스터랩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외관 디자인을 바꾼 모델을 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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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 폴로 R라인… ‘귀엽지만 얕볼 수 없는’

드디어 국내 시장에도 폴로가 들어온다. 폴로는 골프의 동생뻘되는 해치백이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내년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폴로 역시 귀여운 이미지지만 큐브와는 성격이 다르다. 깜찍함에 스포티한 이미지도 더했다. 모델이 입은 블랙 미니 원피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딱 붙은 머리는 달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나란히 ‘드래그 레이스’(직선 도로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 차량을 가리는 대결)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부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