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이 '먹을 것 없는 잔치'에 그치면서 외국인보다 연기금의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5일 증시전문가들은 유럽 재정 위기 해결책이 뚜렷이 나오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반면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은 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매력적인 구간에서 '사자'를 외치기 때문에 연기금이 주로 매수하고 있는 업종 및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재훈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8년 이후 연기금의 매수 패턴을 살펴보면 주가수익비율(PER) 8배~9배 수준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에도 연기금의 순매수 금액은 2500억원에 그쳤지만 이 중 25%는 PER 9배 구간에서, 나머지 75%는 PER 8배 구간에서 매수가 이루어졌다"며 "전날 종가 기준 PER은 8.48배 수준으로 연기금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연기금 자금 유입가능 금액은 5조원 내외"라고 전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PER 8배 구간은 연기금의 매수세가 들어오는 곳"이라며 "연기금의 매매패턴을 감안하면 1900포인트 아래서는 저가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략적으로 코스피지수 1950포인?� 밑돌면 PER이 8배대로 떨어진다"며 "1900포인트는 8.8배, 1800포인트는 8.3배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소극적이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 대비 매수 금액이 적어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 뿐"이라며 "실제로 연기금은 이달 들어 하루 200억~300억원어치의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고 반박했다. 2008년 말처럼 주가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매매 규모가 정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이달 들어 연기금이 주로 산 업종은 화학, 정보기술(IT), 금융, 전기가스, 철강금속이며 판 업종은 운수장비(자동차), 운수창고"라고 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종목들을 팔고 가격 매력이 부각된 업종을 샀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지수가 종가를 기준으로 1900선을 밑돌기 시작한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연기금의 매수세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화학, NHN, 대림산업 순으로 나타났다.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맥쿼리인프라, 호남석유, STX팬오션 등이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