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낮췄다. 3.5%로 하향 조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또 깎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대중 수출이 지난 1분기엔 0.6% 증가율에 그쳤다. 유럽재정위기로 글로벌 시장이 동반침체된 영향이다. 가계부채 연체율은 지난달 0.89%로 5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 1분기 소비증가율이 작년 평균 2.3%를 밑도는 1.6%에 그친 것은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것도 벅찬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업체 중 76%가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지금 추세라면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2년 연속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게 확실하다. 그런데도 그 흔했던 각종 대책회의조차 보이질 않는다. 중국처럼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세금을 깎아 기업과 소비자의 숨통을 터줄 것인지를 논하는 당국자도 정치인도 없다. 하다못해 경기 전망에 대한 논쟁조차 사라졌다. GDP 대비 가계부채가 2009년에 이미 85.9%에 달해 OECD평균(77.0%)을 훨씬 웃돌고 있고, 유럽위기가 가계부채 줄이기에 실패한 데서 시작됐다는 ‘잠재된 위험’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정권말기에 괜한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는 관료뿐 아니라 이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정치권은 저성장이 구조화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대신 통합진보당과 종북주의자들의 막장 드라마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물론 정부나 정치권이 경제에 어설프게 간섭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지금도 들려오는 것은 동반성장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는 뒷다리 잡거나 헛다리 짚는 구호뿐이다. 이제 대선 시즌에 접어들면 사탕발림을 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일자리는 경제 성장률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퍼주기 복지를 떠드는 판에 성장률 1%에 관심이 있겠는가마는 당권 대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제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