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Greek+exit·그리스의 유로존 퇴출)’를 포함한 유럽 재정 위기 해법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이 뚜렷한 합의를 내놓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회의가 비공식으로 이뤄진데다 정례 회담과 달리 공식 성명이 나오지 않아 국내외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24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해 1170대 후반으로 진입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는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는 이날 급락하다 장 후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유로본드 등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낙폭을 만회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EU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가 최근 미리 조정을 받아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으며 다음달 개최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EU 재무장관회의, EU 정례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전했다.

◆그리스 집권당 부재가 걸림돌…"논의 한계 예상됐다"

유럽 각국은 EU 정상회담 후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해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특별한 대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집권당도 없는 상황에서 유럽 정상들이 해결 방법을 논의하璲�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누가 집권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리스 집권당 자체의 출현 여부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리스 재정 위기는 다음달 17일에 예정된 2차 총선이 끝난 뒤 구제금융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그리스 총리가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탈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이 전해지면서 전날 코스피지수가 미리 급락해 실망감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유로본드 난항…獨·佛 입장차 부각

유로존이 공통으로 보증하는 유로본드 발행에 대해서는 논의는 이뤄졌으나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 차이가 여전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EU 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가 의제로 명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 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유로본드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표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부담이 커 아직 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프랑스와 독일과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식으로 시장이 받아들인다면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로본드가 발행된다면 시장의 불안감이 사그라들겠지만 독일 등 재정이 건전한 나라들의 반대가 강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각국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IB 증자·프로젝트 본드 합의…SOC 투자 확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성장 방안도 논의됐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유럽투자은행(EIB)의 자본금 100억유로 확충, 프로젝트 본드 조기 도입에 합의했다.

송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유럽은 SOC 투자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미국·영국식 정책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프로젝트본드 등 실질적인 성장 정책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EIB 증자 규모가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며 "성장 촉진 영향도 장기적이기 때문에 증시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주목할 일정과 투자전략은?

EU 정상회의가 큰 소득 없이 끝나면서 시장의 관심은 차후 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음달에는 6일 ECB 통화정책회의, 22일 재무장관회의, 28~29일 EU 정례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 3월 이후 ECB는 국채 매입을 중단한 상태인데 앞으로 재개할 지, 1%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 유럽은행 자본확충 완료 시한을 앞두고 1, 2차 ECB의 3년 만기대출(LTRO) 규모가 충분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하지만 아직 4월 유럽 은행 자료가 발표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ECB 회의 이후 주요 이벤트들이 다음달 후반에 몰려있어 유럽 이슈에 따라 증시가 계속 출렁이겠지만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시장 주도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채권 대비 증시가 과도하다 싶을정도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투자심리는 위축됐지만 바닥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