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현대카드 뮤직 프리마켓에서 현재 저희 노래가 유료곡 가운데 1등입니다. 리트위트(RT)를 요청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밴드 더 베일’의 드러머 정인석 씨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에게 보낸 트위트 내용이다.

노래를 만든 창작자가 원하는 가격에 노래를 팔 수 있는 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존 음반기획사 또는 음원유통업체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음악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9일 비주류(인디)음악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 ‘현대 카드 뮤직’을 열었다. 기성 가수가 아닌 음악 창작자들이 직접 음악을 팔 수 있는 ‘음원 프리마켓’이 핵심 서비스다. 뮤지션들이 노래에 가격을 직접 책정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가의 14%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협회, 6%는 서비스 운영 수수료로 나가고 나머지 80%는 가수에게 돌아간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가 매출의 70%를 가져가는 스마트폰의 앱 장터와 비슷한 구조다.

현대카드 측은 “이 서비스로 현대카드가 가져가는 돈은 하나도 없다”며 “인디음악을 알리고 불합리한 음원 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뮤직에는 400여팀의 850곡이 올려져 있다.

네오위즈인터넷도 지난달 말 음원 장터인 ‘벅스캐스트’를 시작했다. 벅스캐스트는 350여팀의 300여곡을 판매 중이다. 벅스캐스트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곡은 더베일의 ‘워스티드 나이트’다. 하지만 최고 매출은 크랜필드의 ‘꿈’이 차지했다.

노래 판매가격은 창작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구매자는 정해진 가격보다 많은 돈을 낼 수 있다. 벅스캐스트의 전체 구매 건수 중 11%는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팔렸다.

빅쉬프트의 ‘어 피시 온더 커팅 보드’란 곡은 600원에 책정됐지만 1만원에 구매되기도 했다. 크랜필드의 이성혁 씨는 “이전에는 일부 아는 사람에게 음악 CD를 직접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온라인 음원 장터가 생겨 음악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첫 창작자 중심 음원 유통 서비스는 2007년 설립된 벤처기업 사이러스가 문을 연 ‘블레이어’다. 블레이어에는 1300여곡이 등록돼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