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K팝 스타 '보아' 성공 비결 듣더니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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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들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팝 열풍에 대해 공부했다. 국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 속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의 성공비법을 배웠다.
23일 삼성그룹은 수요사장단회의에 강헌 한국방송음악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K팝 열풍의 비결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강 소장은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음악을 너무 쉽게 다운로드 받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음반시장이 완전히 붕괴됐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반시장의 붕괴가 역설적으로 해외 진출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
강 소장에 따르면 당시 음반시장이 무너지고 홀로 명맥을 유지한 곳이 이수만 회장이 세운 에스엠(SM)이다. 아이돌 그룹 HOT의 인기 덕에 살아남은 이 회장은 2004년 4월 SM을 코스닥에 상장, 200억원의 여유자금을 갖게 됐다.
이 자금으로 편하게 사느냐, 음악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느냐는 갈림길에서 이 회장은 후자를 택했다. 이듬해 10대 초반의 보아를 아시아 가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일본은 국내 시장 규모가 세계 음악 시장의 15%에 달할만큼 커 굳이 해외로 나가려고도, 외국 가수를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강 소장은 "한국인 가수가 일본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건 불가능했다"며 "보아에게 춤, 노래는 물론 일본어, 영어 등을 가르쳐서 기획상품으로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지화 전략 덕분에 보아가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일본인들은 그를 한국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현지화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이 결국 일본시장을 열었다"고 강 소장은 강조했다.
강 소장은 그러나 "K팝이 퍼져나갈 수 있었던 건 매체 환경의 변화 때문이지 음악 상품의 기호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한국 가수들의 춤과 노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음악계 주류는 '록밴드'이지 걸그룹, 보이그룹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소녀시대가 언제까지 '소녀'이겠느냐"며 "지속 가능하고 저비용이면서 주류시장에 갈 수 있는 음악상품을 내보낼 수 있느냐가 K팝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라는 건 서로 간의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K팝만 일방적으로 사랑받고 유행해서는 안된다"며 "반대로 해외 문화나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K팝에 대해 몰랐던 내용을 많이 배웠다"며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지 말고 역경을 뚫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외산제품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TV, 휴대폰 등을 앞세워 진출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TV는 사업 진출 5년 만에 실적 부진 등으로 2007년 철수했고, 휴대폰 또한 점유율이 미비했다.
그러나 최근 통합법인인 '일본삼성'을 해체하고 계열사별로 별도 법인을 설립해 일본시장을 재공략하고 있다. TV의 경우 차세대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앞세운단 계획이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23일 삼성그룹은 수요사장단회의에 강헌 한국방송음악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K팝 열풍의 비결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강 소장은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음악을 너무 쉽게 다운로드 받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음반시장이 완전히 붕괴됐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반시장의 붕괴가 역설적으로 해외 진출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
강 소장에 따르면 당시 음반시장이 무너지고 홀로 명맥을 유지한 곳이 이수만 회장이 세운 에스엠(SM)이다. 아이돌 그룹 HOT의 인기 덕에 살아남은 이 회장은 2004년 4월 SM을 코스닥에 상장, 200억원의 여유자금을 갖게 됐다.
이 자금으로 편하게 사느냐, 음악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느냐는 갈림길에서 이 회장은 후자를 택했다. 이듬해 10대 초반의 보아를 아시아 가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일본은 국내 시장 규모가 세계 음악 시장의 15%에 달할만큼 커 굳이 해외로 나가려고도, 외국 가수를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강 소장은 "한국인 가수가 일본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건 불가능했다"며 "보아에게 춤, 노래는 물론 일본어, 영어 등을 가르쳐서 기획상품으로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지화 전략 덕분에 보아가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일본인들은 그를 한국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현지화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이 결국 일본시장을 열었다"고 강 소장은 강조했다.
강 소장은 그러나 "K팝이 퍼져나갈 수 있었던 건 매체 환경의 변화 때문이지 음악 상품의 기호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한국 가수들의 춤과 노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음악계 주류는 '록밴드'이지 걸그룹, 보이그룹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소녀시대가 언제까지 '소녀'이겠느냐"며 "지속 가능하고 저비용이면서 주류시장에 갈 수 있는 음악상품을 내보낼 수 있느냐가 K팝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라는 건 서로 간의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K팝만 일방적으로 사랑받고 유행해서는 안된다"며 "반대로 해외 문화나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K팝에 대해 몰랐던 내용을 많이 배웠다"며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지 말고 역경을 뚫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외산제품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TV, 휴대폰 등을 앞세워 진출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TV는 사업 진출 5년 만에 실적 부진 등으로 2007년 철수했고, 휴대폰 또한 점유율이 미비했다.
그러나 최근 통합법인인 '일본삼성'을 해체하고 계열사별로 별도 법인을 설립해 일본시장을 재공략하고 있다. TV의 경우 차세대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앞세운단 계획이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