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하면 세계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위기의 근본 배경은 과도한 부채 탓”이라며 “단순히 유동성 공급만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1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둘째날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세수에 비해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문제를 단순히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위기를 치유하는 방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위기 요인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규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해 미국과 유럽의 빚 부담을 덜기 바라지만 이는 채권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전트 교수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업들이 다시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긴축 재정을 택할지, 확장 재정 기조를 취할지 여부에 대해 확실한 신호를 보내지 않은 채 갈팡질팡하는 사이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전트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 원인에 대해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를 누가 갚을 것인지 명확한 규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위기를 정치적인 ‘대타협(grand bargain)’의 기회로 삼으면 유로존이 재도약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780년대 미국 중앙정부가 주정부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관세 수입을 중앙정부로 가져온 것과 비슷한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