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차 시장에서 ‘무서운 신예’로 떠올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조기 졸업할 생각입니다.”

물류기기 제조업체 수성의 김정태 회장(62·사진)은 “22일 첫선을 보이는 국산 전동청소차를 바탕으로 올해 3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번 신제품 개발을 필두로 2년간 겪었던 워크아웃기업이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각오다. 수성은 탑승형 전동 건식(W1100R), 탑승형 전동 습식(S860R), 탑승형 전동 건습식(S1100R) 등 4종의 전동청소차를 출시한다. 건식은 실외에서 빠르게 먼지를 흡입하며 습식은 실내에서 물을 뿌린 뒤 바닥을 청소한다.

김 회장은 “최초로 전동청소차에 리튬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청소차는 1~2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납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배터리는 사용가능 기간이 납배터리보다 10배 이상 길다. 충전시간 역시 절반 이하로 줄어 청소차의 사용기간을 5~10년으로 연장시켰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1973년 서울시 봉래동에 ‘수성공작소’란 이름으로 세워진 수성은 소형 지게차와 견인차 등이 주력 생산품이다.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2006년엔 사세를 확장하고자 인천시 경서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수성은 지난해 31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000억원 정도인 현재 국내 소형물류장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창업주인 김정배 전 회장이 2009년 암으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0년엔 임직원이 자기자본(414억원)의 63%에 달하는 261억원을 횡령하는 내환을 겪기도 했다. 결국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주 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08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 회장은 전동청소차를 회생의 승부수로 띄웠다. 워크아웃의 어려움 속에서도 60억원을 쏟아부어 3년 만에 제품 개발을 마무리했다. 김 회장은 “개발을 완료한 뒤에도 결함을 없애고자 5개월간 성능평가를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김 회장의 시선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현재 2000억원 규모의 세계 전기청소차 시장은 미국의 테넌트(Tennant), 덴마크의 닐피스크(Nilfisk), 독일의 하코(Hako) 등이 삼분하고 있다. 수성은 그동안 닐피스크 제품을 주로 수입해 판매했지만, 자사 제품으로 그회사와 ‘맞짱’을 뜨겠다는 각오다. 외국산 전동청소차(기본형) 대당 3000만원 내외지만 수성 신제품은 70% 수준인 2200만원대로 가격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품보증기간을 외산의 두 배인 2년으로 잡아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3년 안에 전동청소차로 연 2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겠다”며 “해외 영업을 강화해 현재 20% 수준인 수출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