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다음 대세는 ‘웨어러블(입고 찰 수 있는)’ 컴퓨팅 기기입니다. 2017년이면 새로운 컴퓨팅 기기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남성 삼성전자 DS(부품)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사진)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회로 및 시스템 국제학술대회(ISCAS)’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이 학술대회에서 우 사장은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공장 라인은 100% 가동 중”이라며 “생산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혁명 잇는 웨어러블 혁명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우 사장은 “스마트 기기는 전자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미 성숙한 시장으로 접어든 다른 제품들과 달리 스마트 기기는 2015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산업도 스마트 혁명으로 대변혁기를 겪고 있다. 모바일용 제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PC 시대 반도체 분야 절대 강자였던 인텔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 집중 투자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07년 14위, 2009년 12위에서 지난해 5위로 올라섰다. 올해를 기점으로 시스템LSI사업부가 메모리사업부의 매출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화두는 웨어러블 컴퓨터다. 스마트 기기가 입는 컴퓨터로 진화하면서 또다시 전자산업에 일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우 사장은 그 시기를 불과 5년 후인 2017년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경알을 화면 삼아 인터넷을 검색해 빠른 길을 찾고 전화가 와도 휴대폰을 꺼내는 대신 안경을 터치해 통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입고 다니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성능이 좋으면서 크기가 작고 전력 소비도 적어야 한다. 우 사장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작은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에 들어가려면 칩은 하나로 통합돼 작아져야 한다”며 “여러 겹으로 칩을 쌓고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이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사이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속 늘린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우 사장은 “현재 시스템반도체 라인은 100% 가동 중이고 시장 전망이 좋아 더 늘릴 계획”이라며 “(기흥 공장의) 9라인, 14라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 등 메모리 라인을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변경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플래시 메모리를 만들던 기흥 9라인과 14라인을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했다. 또 연내에 8라인도 전환해 기흥 사업장을 시스템LSI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우 사장은 “이제는 ‘비메모리’가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로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의 미래 키워드로 ‘저전력’과 ‘열처리’를 제시했다. “현재 미세공정 단위는 32·28나노미터(㎚) 공정이 있는데 앞으로 수년 내 20·14㎚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모뎀 솔루션이 실리콘 웨이퍼를 지배할 것입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