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진이 14거래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점차 외국인 매도 강도가 둔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대량으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나왔고 유럽계 펀드 자금의 주요 투자주체인 기관이 펀드 환매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장기 투자 성향의 미국계 자금이 소폭 '사자'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3조1599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가 속한 유럽계 자금이 '팔자'를 주도했다. 유럽계 자금은 2조3495억원 어치 주식을 처분해 전체 매도 물량의 74.35%를 차지했다.

외국인은 이날 장 초반 200억원 이상 순매수하기도 했지만 오후 1시 43분 현재 724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17일에 비해서는 강하지만 최근 외국인 매도 강도에 비해서는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점차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도를 야기했던 유럽 쪽의 상황은 아직 본격적으로 안정되지 않고 있지만 이달 외국인 매도 규모는 지난 세 차례에 걸친 유럽 재정위기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진정됐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외국인 매매는 월간 기준 4조원 내외에서 안정을 찾았다"며 "팔만큼 팔아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외국인의 매도 압력은 서서히 누그러지는 쪽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 투자 성향의 미국계 자금도 지난 17일과 1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393억원 순매수하며 소폭 '사자'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도 "나올만한 악재가 대부분 드러나면서 외국인 매도세도 클라이맥스(정점)를 지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계 펀드 자금에서도 기관이 환매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에 유입되는 자금을 펀드 소재지 및 투자 주체별로 구분한 결과, 유럽계 펀드 자금 중 개인자금은 4월 이후 지속적으로 환매에 나서고 있지만 기관은 오히려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신흥국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 유럽계 기관이 개인 투자자와 함께 한국을 매도했던 흐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지난해 유럽 기관이 한국 주식을 매도할 당시에는 신흥국 주식형 운용규모(AUM) 중 최소 4% 이상이 환매됐는데, 이번 유럽 기관 동향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국내 증시의 추가 이탈 금액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외국인 매도 주도 세력이 유럽계지만 개인 대비 월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계 기관이 환매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대량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