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3세 일본인 할머니 등산가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정상 등정에 성공,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여성 최고령 등정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20일 “와타나베 다마에 씨(사진)가 19일 오전 7시(현지시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와타나베씨는 만 63세이던 2002년 5월에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당시 폴란드 산악인이 갖고 있던 여성 최고령 등정 기록(50세)을 경신했다.

1938년 11월 생인 와타나베씨는 후지산 아래에 있는 야마나시 현에서 태어났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었던 그는 26세에 직장 산악모임을 통해 다니가와다케라는 산에 처음 올랐다. 산 경치에 반한 그는 이때부터 산악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외 원정에 나선 것은 40세 되던 해인 1977년. 6194m짜리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후 킬리만자로(5895m) 아콩카과(6959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1봉(8167m) 포베다(7439m) 무즈타거(7546m) 등을 차례로 등정했다. 1998년엔 가셔브룸2봉(8035m)에 가기 위해 정년보다 1년 먼저 직장 생활을 그만두기도 했고, 그때 쓰고 남은 퇴직금으로 2002년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2004년에는 세계 4번째 고봉인 히말라야의 로체샤르(8400m) 정상 등정에도 성공했다.

2002년 한국 산악모임 초청으로 서울을 찾았던 와타나베씨는 산에 가는 이유에 대해 “산에서는 자기가 열심히 하면 결과가 돌아온다. 최선을 다한 만큼 마음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와타나베씨는 독신이다. “산보다 더 재밌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게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다.

남녀를 통틀어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은 네팔 남성 산악인 바하두르 셰르찬이 보유하고 있는 만 76세로 2008년에 세워졌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