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2위 자리를 놓고 동부화재와 현대해상 간 쟁탈전이 치열하다. 지난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순이익 측면에선 동부화재가 간발의 차로 현대해상을 이기고 2위 자리를 지켰다.

자산 기준 2위인 현대해상은 2011회계연도에 3989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3위 동부화재는 같은 기간 392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현대해상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동부화재보다 순익을 더 많이 내게 된다.

변수는 실적 재공시였다. 동부화재는 17일 다시 결산해보니 4031억원으로 순익이 늘었다고 수정 공시했다. 현대해상의 재공시 결과는 불과 2억원 증가한 3991억원. 동부화재가 현대해상보다 오히려 40억원 더 벌어들인 것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가마감 후 회계법인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충당금을 과다 계상한 부분을 발견해 순익에 추가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순이익 기준으로 2위 자리를 현대해상에 내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산별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비 통제력이 경쟁사보다 강한 편이란 게 동부화재의 자평이다.

2012회계연도의 순익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부화재는 순익을 늘리는 데 필사적이다. 전년 대비 22% 이상 늘려 493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해상은 오히려 순익이 소폭 줄어든 3950억 선이 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두 회사 예상대로라면 순익 차이가 약 1000억원으로 커지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현대해상의 시가총액은 18일 기준 2조7625억원으로, 동부화재(3조3205억원)의 83%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덩치’만 놓고 보면 현대해상은 여전히 동부화재보다 한 수 위다. 지난 3월 말 총자산이 17조5712억원으로, 동부화재(17조5283억원)보다 소폭 많다. 지난 1년간 계약자에게서 받은 보험료 총액(원수보험료) 역시 현대해상이 9조3167억원, 동부화재가 9조694억원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관행을 갖고 있어 경쟁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면서도 “업계 2위 위상에 걸맞은 실적을 조만간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보업계 1위는 삼성화재로 2위권과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자산은 38조6211억원(3월 말 기준), 순이익은 7845억원(2011회계연도)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