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할 경우 그리스 자체는 물론 국제금융시장과 글로벌 경기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선 그리스 입장에서 유로존 탈퇴 후 독자 통화를 도입할 경우 통화가치의 급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폐해는 첫째 독자 통화 가치의 하락에 따른 기존 채무의 급증이고,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마비와 경제의 추가 위축이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차후 국제금융시장으로 복귀하는데 매우 오랜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혜로는 그리스의 재화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는 요인이 있겠으나, 제조업 기반 미비에 따른 통화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금융불안이 그 첫 번째 외부 영향이 될 것"이라며 "당장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유럽 중앙은행(ECB)의 자산상각 및 재자본화가 필요하며 이는 유로존의 상업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6월말까지 예정돼 있는 이들 지역의 자본확충은 추가적인 부실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자본확충 규모의 재산정과정이 필요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자본확충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최우선으로 연관 지역의 은행들은 자본확충보다 위험자산의 매각을 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전염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구제금융을 받고도 채무국이 채무를 불이행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한 아일랜드 및 포르투갈 등으로 지원한 구제금융에 대한 회수의문 및 추가구제금융 지원이 필요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마지막 외부영향으로 경기둔화 및 재정취약국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훼손되면 대출태도에 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따라서 신용위축 및 경기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유로존 내의 재정취약국인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우 경기부양을 통해 자국 내 금융권의 부실자산의 확대를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경기의 둔화는 이들 지역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독일 등 재정건전국가의 방화벽 구축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토록 유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