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는 흑백TV를 보고 그 기술에 열광했죠. 수십년 뒤 고화질 HDTV를 수백개 채널로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흑백TV가 나온 후 몇 년 뒤 처음의 흥분이 사라지고 일상이 됐듯이 3D 산업도 곧 일상이 될 겁니다.”

전 세계 영상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든 빈센트 갠시 산타페 국제워크숍 회장 겸 미국 갠시TV 대표(사진). 미국 백악관 사진기사로 출발해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이 된 그는 서울 국제3D페어의 산타페 국제워크숍에서 “휴대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무선인터넷과 GPS 기능을 누리며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기술이 보편화된 것처럼 미래의 아이들은 3D가 아닌 것들을 구식이라고 비웃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산타페 국제워크숍은 14년 전 처음 시작했다. 당시 일본 소니가 HD카메라를 처음 개발해 영상 산업에 혁신을 일으켰고, 제작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는 “HD카메라를 구입하긴 했지만 제대로 쓸 정보를 구하기 힘들었고, 수만달러를 써가며 미국 전역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닌 끝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지의 모든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첫 워크숍을 연 도시 이름을 따 산타페 워크숍을 만들었다. 비슷한 갈증을 느꼈던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고 몰려들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상 제작자들의 공동체가 됐다. 이 워크숍은 30여개의 교육생 1200여명을 배출했다.

“비영리 워크숍이죠. 신기술 장비를 먼저 준비하고 전문 강사진의 스케줄을 고려해 적합한 장소를 섭외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지만 10년 이상 쌓인 국제 네트워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됐습니다.”

그는 “영화 장르가 3D 산업의 선두에 서 있지만 3D 방송에서는 스포츠 장르가 가장 빛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서울 국제3D페어의 산타페 워크숍에서는 구재모 공주영상대 교수와 윌 런디 등이 수중 3D 분야에 대한 연구 발표로 화제를 모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