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팍팍 지원해주세요. 꼭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승리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잠실경기장 밖, 선수단 버스 주변 수백명의 한화팬들이 “회장님”을 연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래서 올해 두 배로 썼잖아요”라고 웃으며 답했고 팬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김 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았다. 야구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7일 LG와의 경기 이후 처음이다. 베이지색 점퍼에 면바지 차림으로 7회초 경기장에 들어선 김 회장은 VIP석에 자리를 잡았다. 둘째 아들 김동원 씨와 대화를 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한화는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갔지만 6회 동점을 허용했고 김 회장이 관람을 시작한 7회 한 점을 내주며 역전당했다. 하지만 8회 다시 3점을 뽑아내며 통쾌한 승리를 선사했다. 2타점 2루타로 한화가 재역전하는 순간 김 회장은 크게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5000명 넘게 응원 온 한화 계열사 직원들은 주홍빛 ‘충청도 버전 파도타기(느린 파도타기)’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 회장이 초청한 서울대 교수와 학생 100여명도 함께 한화를 응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대 법대 첨단강의동 건립에 50억원을 지원하는 자리에서 야구 얘기가 나와 오늘 관람이 이뤄졌다”며 “구단의 초반 성적도 좋지 않아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경기장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회장이 잠실구장에서 관전한 경기에서도 한화는 승리했고 이후 상승세를 탔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길, 기자와 만난 김 회장은 “즐겁게 경기를 봤다”며 야구와 경영의 공통점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올라 석유파동,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버텨내며 한화를 재계 10위권으로 올려 놓은 치열함이 느껴졌다.

그는 침체된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아들(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까지 중국에 가 있다”며 “많이 투자했고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먼 미래를 보고 태양광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화 호텔&리조트 매각에 대해서는 “그건 낭설”이라고 일축했고 대한생명의 동양생명 인수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니 구멍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엔 “잘해야지, 잘할거야”라고 답했다.

더그아웃으로 내려간 김 회장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프로답게 하자”고 주문했다. 박찬호 선수에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대스타답게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8월 이 자리에서 한화팬들에게 “꼭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김태균 선수의 어깨도 두드렸다. 한대화 감독에게 격려금을 전달하자 지켜보던 한화팬들의 구호는 ‘최강한화’에서 ‘김승연’으로 바뀌었다. 관중석 쪽으로 돌아선 김 회장은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하고 손키스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현재 8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래도 김 회장은 선수들 앞에서 “한화 이글스 우승”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