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가 제철이다. 살이 오른 ‘봄 도다리’와 남해안 섬 지역에서 해풍과 봄볕으로 자란 ‘해쑥’을 함께 끓인 ‘도다리쑥국’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우리나라 사계절은 계절마다 제철음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맛과 즐거움을 준다. 이런 제철음식들은 우리 몸에서 계절마다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 더 좋다. 제철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계절의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의 대사 조절, 호르몬과 영양 상태의 균형 유지를 함께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효과 때문에 우리는 제철음식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맛’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 중에서 가장 종합적이고 복합적이다.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저 혀를 통해서 느끼는 미각이 아니라 음식의 모양과 색에 얼마나 끌리는지를 파악하고, 젓가락에 집히는 느낌을 인지하며, 코를 통해서 그 음식의 풍미와 입천장에 닿은 촉감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그리고 나서 치아를 통해 씹히는 느낌을 파악한 후 혀를 통해 ‘맛’이라는 걸 보게 되는 것이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단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는 의미를 뛰어 넘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지와 감각 기능을 총동원한 종합감각의 결정체를 향유함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이런 종합적인 감각 능력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듯하다. 지구상의 어느 민족도 우리의 장류나 음식처럼 다양하고 깊은 맛을 내지 못한다. 주로 서양의 장류들은 대부분 2가지 정도의 단순한 맛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우리 고추장과 된장은 맵고 쓰고 달고 짜고 신 맛을 모두 담고 있다. 우리 음식의 복잡하고 깊은 맛의 조화는 우리가 맛을 예민하게 구별하고 즐길 수 있는 탁월한 종합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이웃한 일본 사람들은 생선회를 먹을 때 간장에 살짝 찍어서 생선의 맛과 신선도를 느끼며, 다른 종류의 생선을 먹을 때 생강 등으로 입안의 잔 맛을 없애고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맑은 물에 씻은 물기 촉촉한 깻잎과 상추 위에 금방 준비한 활어회를 초고추장 듬뿍 찍어 올리고, 마늘과 된장까지 올려 한입 가득 먹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생선회가 얼마나 싱싱한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한 종합감각의 탁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맛, 식감과 더불어서 야채를 쥐는 손의 느낌, 초록 야채 위의 하얀 생선살과 대비되는 고추장의 붉은 색깔의 조화까지를 섬세하게 느끼는 한국인의 절대미각과 종합감각의 우월성은 가히 비교 대상이 없다.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우리가 가진 맛에 대한 우월한 종합감각이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 하는 데 든든한 자신감이 되리라. 지치기 쉬운 환절기에 맛있게 먹는 것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장준근 < 나노엔텍 사장 jkchang@digital-bi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