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사원 4년간 학습·직무교육…대졸자와 동등한 대우 받아
이렇게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4년간 교육을 모두 마치면 고졸사원은 연봉과 승진, 연수 등 모든 인사에서 대졸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실무경험을 인정받아 생산관리 및 경영관리, 선박설계 등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해 연 1000만원가량 등록금을 내며 4년을 보내는 동안 중공업사관학교 교육생은 돈을 벌면서 경력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내 옛 남문종합관을 리모델링한 이 학교는 대학 수준의 교과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각종 강의실과 6개의 분임 토의실, 2개의 전산실, 체육 및 예술 활동 시설을 갖췄다. 입문과정에서는 중공업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적에 맞게 조선해양공학개론, 경제학원론, 공학수학, 전기전자기초, 한국사 및 서양사, 일반물리학, 회계원리, 컴퓨터 활용능력, 영어회화 등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접목했다.
송하정 씨(19)는 “대학에 진학하면 4년간 학비로만 수천만원을 써야 하는데,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서 원하는 부서에 배치를 받고, 장기적으로 언어실력을 키워 해외지사에 파견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공업사관학교라는 ‘특별한 실험’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선박 수주를 위해 유럽 등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현지 업체들이 고교만 졸업한 인재를 자체 육성해 석·박사급 이상의 실력자로 키워낸다는 사실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다. 화려한 스펙의 대졸 신입사원 위주인 국내 대기업과 달리 학력보다는 실력 위주의 조직을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이었다. 회사 측은 중공업사관학교를 대학 학위 취득이 가능한 사내대학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달 취임한 고재호 사장(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대비해 중공업사관학교를 통해 설계, R&D, 생산기술 등의 전문인력을 최우선적으로 육성하겠다”며 “교육 과정을 심화해 중공업사관학교에서도 최고경영자가 배출되는 등 고졸 신화를 열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