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5일 오후2시40분 보도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주력 상품은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초장기 상품이다. 자산운용이나 경영 전략을 짤 때 호흡을 길게 갖고 가야 한다. 생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더 보수적이란 평을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보험업계에선 ‘대한생명’이란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한 데다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법인에도 관심을 갖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현우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51·상무)이 모기업인 한화그룹과 함께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한생명에선 7년간 인사팀장을 맡았다. 현재 인수·합병(M&A)과 리스크관리, 해외사업 등을 챙긴다.

교보생명도 대한생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수년간 샅바 싸움을 해와서다. 교보생명의 CFO인 박영규 경영지원실장(전무)도 김 상무처럼 고려대 출신이다. 나이도 같다. 하지만 걸어온 길은 매우 다르다. 수학과를 나와 계리업무를 전담했다. 계리는 확률이나 수학이론을 응용해 각종 위험을 평가·분석하는 일로, 보험사의 핵심 업무다. 교보생명의 한 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업계 1위 순익을 냈던 데는 박 실장의 숨은 공이 컸다”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설경석 경영기획부문장(48·전무)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증권, 캐피탈 등을 거쳤다. 현재 인사와 총무, 법무, 홍보, IT(정보기술), 기획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는 편이란 게 내부 직원들의 평가다.

동양생명의 CFO는 김윤성 상무(53)다.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공교롭게도 M&A 협상을 진행 중인 대한생명에 입사했다가 1993년 동양생명으로 옮겼다. 계리사 자격이 있지만, 주 전공은 상품개발이다. 동양생명이 어린이보험 등 업계 1,2위를 다투는 틈새상품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다이렉트영업본부장을 맡으면서 기획 및 계리업무를 겸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학창시절 권투를 했던 덕분인지 추진력이 강하다”고 전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CFO는 상대적으로 젊다. 하정림 메트라이프 전무(44)와 박경원 알리안츠생명 부사장(40), 케네스 래폴드 AIA생명 부사장(42) 등이 모두 40대 초·중반이다.

하 전무는 카네기멜론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을 거쳐 2004년 메트라이프로 스카우트됐다. 국제회계기준에 밝고 통이 큰 스타일이다. 박 부사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와 KPMG 산동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리스크관리 및 재무분야의 전문가다. 2004년부터 알리안츠생명에서 일하고 있다.

래폴드 AIA생명 부사장은 텍사스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주로 영국과 독일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보험업계에 발을 담근 것은 2002년이다. 알리안츠생명과 뉴욕생명을 거쳐 2006년부터 AIA생명에서 재무를 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회계 전문가는 일반 비즈니스에는 약한 편인데 래폴드 부사장은 양쪽 모두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