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의미의 만국박람회(엑스포)는 1851년 런던에서 처음 열렸고 각국의 과학과 문화를 교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떠올랐다. 1855년에는 파리에서 열렸는데, 독일 태생인 데다 유대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던 첼리스트 자크 오펜바흐는 그 기회를 잘 이용했다. 자신의 사설극장을 세우고 오페라의 진중한 권위는 없지만 가볍고 유쾌한 오페레타를 작곡해 파리 시민과 각국 유력인사들 앞에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다져진 기초를 바탕으로 3년 후에 진정한 첫 걸작 ‘지옥의 오르페’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오페레타의 연주회용 서곡은 캉캉을 위시한 극중 멜로디를 짜깁기한 것으로 큰 호응을 받았고,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국경을 넘어 빈으로, 베를린으로, 런던으로 진출했다.

대망의 여수 엑스포가 시작됐다.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과거에 없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