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은퇴준비 점수는 58점…한달 평균 50만원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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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직후 세대 가장 낮아
삼성생명·서울대'은퇴준비지수'
상위 10% "일 매우 만족"…젊을수록 '장밋빛 환상'
삼성생명·서울대'은퇴준비지수'
상위 10% "일 매우 만족"…젊을수록 '장밋빛 환상'
고승남 씨(58)는 최근 30년 이상 다닌 직장에서 정년 퇴직했다. 결혼이 늦었던 탓에 대학에 다니는 자녀도 있다. 요즘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딱히 모아둔 돈은 많지 않은데 고정적인 수입이 뚝 끊겨서다. 고씨는 “집 한 채를 빼고 나면 퇴직금과 주식 조금밖에 없다”며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최소 20년 이상 버텨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막 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둔 40~50대도 고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을 때부터 주택 구입자금과 자녀 학자금 부담으로 돈을 많이 모으기 어려웠던 탓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준비 정도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재무 요소 감안해도 과락 수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대 노년 은퇴설계 지원센터와 공동으로 ‘레인보우 은퇴준비지수’를 개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은퇴준비 점수는 58.3점에 불과했다.
삼성생명은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생활영역을 △여가 △일 △가족과 친구 △주거 △마음의 안정 △재무 △건강 등 7개 항목으로 나눴다.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65세의 비은퇴자 1800명과 55~75세 은퇴자 200명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온라인 및 1 대 1 면접방식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재무 및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지수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은퇴지수 58.3점은 ‘은퇴 준비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는’ 상위 10% 집단(77.1점)에 비해 많이 모자라는 점수다. 특히 상위 10% 중에선 ‘일’의 영역에서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재무’ 영역에선 월평균 50만원 이상을 은퇴생활비 명목으로 적립하고 있었다. 은퇴가 임박한 60대 이상, 특히 1954~1957년생인 전쟁 직후 세대의 준비 정도가 56점 정도로 가장 낮았다. 반면 연령별로는 40대(60.3점), 세대별로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59.6점)의 지수가 높은 편이었다.
삼성생명은 비은퇴자들의 ‘은퇴전망지수’와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은퇴평가지수’도 개발했다. 두 지수 모두 100 이상이면 긍정적이란 신호다. 비은퇴자의 은퇴전망지수는 104.6이었다. 20대가 115.9로 가장 높았지만 60대는 97.5에 그쳤다. 나이가 젊을수록 은퇴 이후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평가됐다. 은퇴자들의 은퇴평가지수는 97.9였다. 은퇴 이후 생활이 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712만명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은퇴준비가 제대로 안 됐지만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은 작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전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로 총 712만여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다. 은퇴를 막 시작한 이들은 돈을 모아놓기는커녕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대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46.4%를 기록했다. 8년 전인 2003년(33.2%)에 비해 13.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50대 이상의 인구비중 증가폭(8.0%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고령층의 가계빚 증가 속도가 인구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고령층의 가계빚은 은행보다 금리조건이 열악한 제2금융권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은행 대출에서 50대 이상 비중이 42.2%이였던 반면 비은행 대출 비중(53.2%)은 절반을 훨씬 넘었다.
집값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늘렸다가 집값이 떨어지자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게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05~2007년 담보가치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53.5%)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이뤄졌다.
고령일수록 대출기간에 이자만 갚다 만기에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일시 상환대출을 선호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원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빚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작년 6월 기준으로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일시 상환대출 비중(47.0%)은 50세 미만(32.5%)보다 크게 높았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젊을 때부터 퇴직 이후를 염두에 둔 생애 재무설계를 촘촘하게 짜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막 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둔 40~50대도 고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을 때부터 주택 구입자금과 자녀 학자금 부담으로 돈을 많이 모으기 어려웠던 탓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준비 정도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재무 요소 감안해도 과락 수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대 노년 은퇴설계 지원센터와 공동으로 ‘레인보우 은퇴준비지수’를 개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은퇴준비 점수는 58.3점에 불과했다.
삼성생명은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생활영역을 △여가 △일 △가족과 친구 △주거 △마음의 안정 △재무 △건강 등 7개 항목으로 나눴다.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65세의 비은퇴자 1800명과 55~75세 은퇴자 200명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온라인 및 1 대 1 면접방식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재무 및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지수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은퇴지수 58.3점은 ‘은퇴 준비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는’ 상위 10% 집단(77.1점)에 비해 많이 모자라는 점수다. 특히 상위 10% 중에선 ‘일’의 영역에서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재무’ 영역에선 월평균 50만원 이상을 은퇴생활비 명목으로 적립하고 있었다. 은퇴가 임박한 60대 이상, 특히 1954~1957년생인 전쟁 직후 세대의 준비 정도가 56점 정도로 가장 낮았다. 반면 연령별로는 40대(60.3점), 세대별로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59.6점)의 지수가 높은 편이었다.
삼성생명은 비은퇴자들의 ‘은퇴전망지수’와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은퇴평가지수’도 개발했다. 두 지수 모두 100 이상이면 긍정적이란 신호다. 비은퇴자의 은퇴전망지수는 104.6이었다. 20대가 115.9로 가장 높았지만 60대는 97.5에 그쳤다. 나이가 젊을수록 은퇴 이후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평가됐다. 은퇴자들의 은퇴평가지수는 97.9였다. 은퇴 이후 생활이 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712만명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은퇴준비가 제대로 안 됐지만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은 작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전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로 총 712만여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다. 은퇴를 막 시작한 이들은 돈을 모아놓기는커녕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대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46.4%를 기록했다. 8년 전인 2003년(33.2%)에 비해 13.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50대 이상의 인구비중 증가폭(8.0%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고령층의 가계빚 증가 속도가 인구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고령층의 가계빚은 은행보다 금리조건이 열악한 제2금융권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은행 대출에서 50대 이상 비중이 42.2%이였던 반면 비은행 대출 비중(53.2%)은 절반을 훨씬 넘었다.
집값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늘렸다가 집값이 떨어지자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게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05~2007년 담보가치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53.5%)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이뤄졌다.
고령일수록 대출기간에 이자만 갚다 만기에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일시 상환대출을 선호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원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빚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작년 6월 기준으로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일시 상환대출 비중(47.0%)은 50세 미만(32.5%)보다 크게 높았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젊을 때부터 퇴직 이후를 염두에 둔 생애 재무설계를 촘촘하게 짜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