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자산늘리기 집중하기보다 사이버 연수 등으로 업무 전문성 'UP'
여유있다면 月10만~20만원 적립식펀드 투자 해볼만
노부모 부양기간 5년 → 20~30년…과도한 지출 줄이는게 급선무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노후 준비는 언제 시작해야 좋은가”라는 것이다. 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답한다. 가능하면 직장 생활 출발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금융·투자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나라에서 투자자들에게 “왜 투자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돈 벌려고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같은 질문을 하면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많이 듣는다. 나이 든 투자자들도 그렇지만 젊은 투자자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은퇴설계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30대는 은퇴 설계를 시작하는 최적의 시점이다. 은퇴 설계는 일찍부터 해야 쉽다. 그래야 적은 부담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가정 주부가 있다. 하루에 4000원씩 1주일에 5일을 아껴서 한 달 동안 9만원을 모은다고 하자. 이 가정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10년 이상 불입하면 65세 이후 사망할 때까지 월 45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5000만원이 된다. 이처럼 커피 한 잔 값을 아껴 미리 노후에 대비할 때 얻게 되는 효과를 ‘카페라테 효과’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이 제일 큰 투자 엔진
그렇다고 무작정 자산 투자에만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0대 재테크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현역생활’이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하는 노후 대비 재테크라는 점이다. 일단 직장에 오랫동안 다니는 것이 주식투자 등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백배 안전하고 쉽다.
30대라며 은퇴 설계에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필자는 “직장인의 가장 큰 투자 엔진은 자기 직업”이라고 조언한다. 30대의 준비사항 1번은 돈을 꿔서라도 자기 몸값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주식·부동산 같은 협의의 ‘자산투자’다. 또 다른 하나는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인적자본투자’다.
몸값을 높인다고 무작정 퇴직하고 해외 MBA를 가는 식으로 ‘스펙 쌓기’에 나서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남들보다 좀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거나 사이버 연수를 받는 등의 투자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인적자본투자에 제일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라’는 것은 반드시 지금의 직장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퇴직 후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20대 후반에 취직해 60세에 퇴직한다면 일하는 기간은 30여년에 불과한데 은퇴기간은 40년이나 된다. 노후자금 때문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나 보람을 위해서라도 퇴직 후에 뭐든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적자본투자는 이런 것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현재와 미래의 직장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 주식·부동산 투자보다 더 나은 ‘좋은 삶’의 밑천이다.
○인적자본투자 다음은 3층 연금
그 다음이 이른바 ‘3층 연금’이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이르는 말이다. 개인연금은 소득공제가 되는 범위 내에서 드는 것이 좋다. 통상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엔 3층연금의 불입액이 개인소득 및 소득공제 한도에 따라 자동 결정된다.
그 후 여유가 있으면 적립식펀드 투자 정도를 권할 수 있다. 소득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300만~400만원 정도 소득이라면 한 달에 10만~20만원 정도 불입하는 수준부터 시작하고 형편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면 된다.
주택마련 등을 위한 종잣돈 확보 등도 이 시기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조언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몸값을 높이는 데 먼저 투자하고 그 다음에 저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도 그 이유다. 전처럼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무리해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
○영어유치원 꼭 보내야 하나
30대에 또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과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30대 중·후반에 접어들면 대개 수입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부부라면 수입이 적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대개 지출이 통제되지 않아서다. 특히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많다. 비싼 유모차, 장난감 등을 사줘야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아이가 영어유치원에라도 다니기 시작하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꼭 영어유치원이 필요할까. 곰곰이 따져보면 이 시기의 부모들은 대부분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주변에서 하는 대로 따라가기식 교육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하지만 상위 10%에서 9%로 올라서라는 식의 교육이 자녀의 일생을 크게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망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노후 준비는 장수리스크, 건강리스크, 자녀리스크, 자산구조리스크, 인플레이션리스크 등 5가지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30대부터 ‘자녀리스크’를 겪다 보면 결국 은퇴설계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1960년대는 부모 세대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기간이 5년이었는데 앞으로는 20~30년으로 늘어난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교육비에 아낌없이 투자하다 보면 도저히 윗세대 부양까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부부가 함께 자녀교육 강좌 등에 참가해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자녀교육 방법인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소득 없는 배우자, 국민연금 가입 추천
30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내서 오랫동안 회사에 머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여기에 3층 연금구조와 함께 일부 저축이나 적립식 투자를 병행한다면 큰 기틀은 잡아놓은 셈이다.
이 시기에는 지나친 자녀 교육비 투자를 자제하고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을 살 때도 카페라테 효과를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배우자가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면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 내는 금액에 비해 돌려받는 금액이 많은 구조인 데다 물가상승률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30대부터 은퇴 후 삶을 설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미 상당한 준비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몇 억원 모으기’ 등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미래를 염두에 두며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