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형 아반떼 이름 '랑둥'
유럽·미국에서는 기아차 'K시리즈' 안써…"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이치"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중국 현지전략형 모델에 한자어 이름을 붙였다.

지난달 베이징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중국형 아반떼의 현지명은 '랑둥(朗動)'. '즐겁게 움직인다'는 뜻으로 '신나는 운전'이란 의미를 지녔다. 중국인들의 적극적인 성향을 반영한 이름이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2일 출시한 K9 역시 국내에 한정된 이름이다. 수출명은 따로 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내수용과 수출용 모델의 이름을 따로 만드는 것은 유독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2,3년 전 현대차가 주도해 내수명과 수출명을 통일하면서 브랜드 가치 향상에 주력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수입차와 달리 국내차 브랜드 차량은 왜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이치" 라며 "아이폰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내세울 뿐 굳이 노인용 청소년용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우디나 포르쉐, BMW도 마찬가지" 라면서 "반면 국내 자동차는 아직 세계적인 명차 대열에 끼지 못했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차량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i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유럽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투싼은 ix35, 베라크루즈는 ix55로 붙여 현대차 인지도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미에선 유럽처럼 '알파벳+숫자'식의 차명을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어' 형식의 차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반대로 중국 현지형 소형차 K2를 제외하고는 'K시리즈'를 해외에선 버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에선 브랜드 가치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기아 브랜드를 표시해주는 'K+숫자' 네이밍 방식을 택했다" 면서 "해외 시장에선 브랜드보다 차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 'SM시리즈'도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준중형 세단 SM3의 수출명은 '플루언스', 중형 세단 SM5는 '래티튜드'를 쓴다. 뉴 SM7의 중국명은 '탈리스만'이다. '행운의 부적'을 뜻하는 탈리스만은 중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붙인 이름이다.

한국GM의 소형차 아베오는 미국에서 '소닉'으로 팔린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닉의 경우에는 현지인들의 입에 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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