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4일 박원순 서울시장, 허광태 시의회 의장, 고재득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성동구청장) 등과 함께 ‘서울교육 희망공동선언’ 행사를 열었다.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매수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곽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박탈당하더라도 자신의 정책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급하게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은 △자치구에서 학교부적응학생·위기학생지원센터 운영 추진 △학교교육·평생교육을 위한 공공기관 시설 개방 △학급당 학생 수 25명으로 감축 등이다. 초등 1학년과 6학년·중학교 1학년에 교사 추가 배치, 특성화고 취업률 80% 달성, 도서관에 선진국 수준의 장서 구비 등 이상적인 정책들이 다수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런 이상적인 내용들 속에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항들을 묘하게 끼워넣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무상급식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 ‘특목고·자사고 체제 개편을 위해 민ㆍ관 합동 고교 체제 개편 추진 위원회 구성’ ‘지역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청·서울시·자치구의 협력 프로젝트 추진’ 등이 그런 예다.

이 선언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박 시장과 허 의장, 구청장 대표 등이 합의한 만큼 향후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후보 매수 혐의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을 잃을 수도 있는 곽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들이 계속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대못 박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교총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실현하긴 어려운 선심성 선언들로 여론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선언 과정이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인사·단체들만을 불러모아놓고 진행됐다는 사실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